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월요일

지하련 2009. 2. 3. 01:03


집에 들어오니, 어느새 자정이 지나있다. 지하철 안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크를 읽었다. 세계는 지금 미국식 경제 정책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로 고심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지금 어떻게 하면 (레이건 이후 부시까지 이어진) 미국식 경제 정책들을 잘 도입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긴 르몽드 디플로마크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좌빨' 저널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니(내가 읽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지난 주 토요일에는 약 일곱 개 정도의 전시를 챙겨보았다. 약간 불편한 동선이었고 두 개의 약속이 있었던 터라,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몸이 피곤한 만큼 영혼은 꽤 풍요로웠다. (보았던 전시들의 리뷰를 적을 생각인데, 과연 언제 다 적을 수 있을련지~)

일요일에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약간의 청소를 하고 11시까지 한강변을 달렸다. 오래되고 낡은 운동화에, 내 거추장스럽게 늙은 육체가 다서 걸리적 거리긴 했지만, 내 견디기 힘든 쓸쓸함을 조금 잊게 해주었다.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토요일엔 갤러리들을 돌아다니고, 일요일엔 달리기, 또는 등산을 하면 어떨까 싶다. 올해 10Km를 1시간에 들어오는 것으로 목표를 잡아야겠다.)


오늘은 밤 늦게까지 일을 했고, 몸은 피곤하고 머리는 아프고 마음은 슬프다. 월요일에는 반드시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결국 운동을 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시인 김사인 선생이 오랜 수배 생활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학과에서 몇 시간짜리 특별 강연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가 읽어준 시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지난 주에 만났다. 그의 앞에는 이창동 감독이 앉아 있었다. 80년대 잘 나가던 소설가였는데, 지금은 영화감독이 되어 있었다. 김사인 선생의 시집 한 권과 이창동 감독의 소설책 한 권을 올 봄이 가기 전에 다시 읽을 생각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소설을 쓰지 않는 형의 소설집도 같이 읽어야겠다. 문학, 참 오래만에 들어보는 그리운 이름이었다.


映山紅(영산홍)


              서정주(徐廷柱)



영산홍 꽃잎에는
山(산)이 어리고.

山(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小室宅(소실댁).

小室宅(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山(산)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