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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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련 2005. 7. 10. 22:36

 


뜻하지 않은 비가 내리고 내 머리칼이 비에 젖고 내 옷이, 내 가방이, 내 다리가, 내 손가락이, 내 눈동자가, 내 입술이 젖어들어갈 때, 그 아파트의 불빛은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무실의 불빛도 켜지지 않았고 그 다락방의 초도 켜지지 않은 터였다.
 
탁탁거리며 지나가는 자동차들 사이로 지나가면서 연신 두리번거리며 비가 내리지 않는 공간을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피하고 싶은 인생들이 있었는데, 내 인생도 그런 종류들 중의 하나였다.
 
종일 방안에 앉아 요즘 하고 있는 프로젝트 상황 정리하고 책 읽고 친한 선배 개인전을 위한 글 궁리하고 담배는 딱 한 개비만 피고 더위에 지친 화분들을 옥상에 올려놓고 신나는 음악을 조금 틀다가 ... 그렇게 지쳐 쓰러져 오후 늦게 눈을 감았는데, 어느 새 늦은 밤이 되어버렸다.
 
조금은 덜 쓸쓸하고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지쳤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난 엄살이 너무 심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