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요즘 읽고 있는 책 '달러' 중에서.

지하련 2009. 3. 13. 12:06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는 단일 통화 시스템(유로)을 설계하는 데 조언을 하고 통화 개혁에 관한 책도 몇 권 썼다. 그는 이자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은행이 당신에게 담보 대출로 10만 달러를 주었다면 거기서는 원금만 발행한다. 그 돈을 당신이 소비하면 사회 안에서 유통된다. 은행은 당신에게 앞으로 20년에 걸쳐 20만 달러를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0만 달러, 즉 이자 부분은 은행이 발행하지 않는다. 대신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나머지 10만 달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주화를 제외한 모든 돈이 은행의 대출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먼저의 대출에 대한 이잣돈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대출을 받는 것뿐이다. 통화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대출자는 부도를 내야 한다. 리에테르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탐욕과 경쟁은 변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결과물이 아니다. ... ... 탐욕과 결핍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우리가 이런 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폭되어 왔다. ... 우리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 세상에는 분명히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있다. 그러나 빚을 모두 갚을 만큼 충분한 돈은 없다. 결핍은 우리의 통화 속에 있다. 사실, 중앙은행들의 일은 통화 부족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 직접적인 결과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워야 한다.

 - 67쪽에서 68쪽 사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화폐 경제는 오래 전부터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단지 실물경제 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지탱되고 있었을 뿐이다.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발단은 단순하다. 실제로는 10개 밖에 없는데, 화폐는 20개, 30개 살 수 있는 돈을 찍어낸 것이고, 결국 잉여의 화폐(자본)을 없애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 차원에 대해서 누가 신경쓸까.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당연히 이런 수순에 빠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고, 단지 정부 관계자들은 이 수순을 최대한 뒤로 늦추는 것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거품은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거품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는 우리 모두 스스로에 대해 정직해지고 책임질 필요는 있지 않을까.

아래 책은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평가를 하긴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100페이지 남짓 읽은 지금 상태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주고 싶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화폐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었으며, 몇 명의 소수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백년 전부터 노력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달러 - 10점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이른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