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의도된 회화로서의 사진 - 이명호

지하련 2009. 4. 9. 13:12



이명호, Tree #1 -〈A Series of 'Tree'〉 among 〈Project, 'Photography-Act'>,
디지털 프린트, 2005 (Printed Date:2007)



트랜스 트렌드 매거진(trans trend magazine) 2008년 겨울 호에 젊은 사진작가 이명호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흥미로운 그의 사진 작품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던 터라, 그가 말하는 사진 작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나, 평면 회화와 사진, 그리고 그 속에 담기는 존재(피사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이명호의 사진은 어떤 존재는 그 존재를 둘러싼 콘텍스트(context)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가령 마르셀 뒤샹의 '샘'이 화장실에 있을 때는 변기이겠지만,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이 되는 이치와 비슷하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며 브레히트 식의 소격효과다.

"지금은 사물의 대상화, 재현된 이미지를 환경에 개입시키는 것을 하고 있어요."

 


 
이명호, Tree #2-〈A Series of 'Tree'〉 among 〈Project, 'Photography-Act'>,
디지털 프린트, 2006 (Printed Date:2007)




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교묘하게 회화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나무 뒤에 서 있는 사각의 흰 천은 마치 캔버스처럼 펼쳐지고, 그 위의 나무는 캔버스에 그려진 듯하다. 그는 실제 공간을 의도적으로 평면화하면서, 사진과 회화 사이의 거리를 흥미롭게 탐구하고 있다.


"나무 자체가 주는 이야기가 있지요. 어떤 나무를 보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나무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대신하는 것 같아요. 저는 특정한 나무를 반복해 찍지 않고 향나무, 자작나무, 그밖에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나무 등 여러 가지를 찍는데요, 나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코드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이명호, Tree #3-〈A Series of 'Tree'〉 among 〈Project, 'Photography-Act'〉,
디지털 프린트_, 2006 (Printed Date:2007)



그러나 이런 추상적인 분석보다, 그의 사진 작업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사진 작품은 실제의 어떤 공간 속에 낯선 평면의 흰 공간 하나를 만들고 그 안에 나무를 위치시킨다. 마치 고립된 섬처럼. 나무가 있었던 원래의 공간(context)과 나무(text) 사이에 인위적 공간을 만든다. 이 개입을 통해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존재와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사각의 흰 천 안에는 어김없이 한 그루의 나무만 위치하고 그 나무는 외부 공간과 격리된다. 마치 대중 속에 파묻혀 있을 때는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어느 날 대중과 떨어져 혼자 서 있게 되자, 대중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만, 그 순간 대화하지 못하는 어떤 상황처럼. 그러니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어서는 안 된다. 어떤 공간 속의 일부로 남아있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대중과 분리시켜 낯설게 만들거나 격리시켜서는 안 된다.

이명호의 사진들이 나에게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꼭 현대인들이 얼마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알레고리처럼. 그리고 결국엔 저렇게 흰 천으로 격리될 수밖에 없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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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호 사진에 대한 다른 이들의 리뷰: http://blog.naver.com/nalrari66/20065516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