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봄날의 감기, 혹은 의견 불일치

지하련 2009. 4. 18. 12:12


갑자기 추워질 줄 몰랐다. 흰 셔츠만 입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이번 주는 연일 강행군이었다. 사무실에서 6시나 7시에 나왔지만, 밤에는 사람들을 만나 일 이야기만 했다. 겨우 하루 운동을 했는데, 그 때 쉬어야만 했던 걸까.

며칠 전부터 두통에 시달리더니, 어제 본격적으로 코가 막히기 시작했다. 혼자 오래 살다보면, 사소한 감기가 제일 기분 나쁘다. 집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집에 들어와 잠을 다시 잤다. 봄 햇살 아래서 자는 잠은 여지없이 달콤했지만, 감기는 내 얼굴 주변에서 떠나지 않았다.

요즘 이 나라를 보면, 검찰과 경찰의 국가인 듯 싶다. 놀라운 것은 정권이 바뀌고 1년 만에 이렇게 확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현 정부가 대단해 보이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냥 내질러버린다. 확실히 좋다. 아마 50대 이상의, 남자들의 지지도는 대단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것이 기업가의 스타일일까?

경영학의 대부같이 여겨지는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한다.

의견의 불일치를 조장하라

어떤 사람이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편협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효과적인 의사 결정자가 교과서에 나오는 의사 결정에 관한 두번째 주요한 원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합의가 아니라 불일치와 의견 차이를 조장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자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종류의 의사 결정은 만장일치의 선포와 같은 종류의 그런 것이 아니다. 의사 결정은 상반되는 견해의 충돌, 견해가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 여러 다른 판단들 가운데에서의 선택일 경우에만 오직 올바르게 될 수 있다. 의사 결정에 있어서 첫번째 규칙은 의견의 불일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로언은 제너럴 모터스의 최고 간부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러분, 이 결정에 대해 우리는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었다고 봐도 좋겠습니까?" 참석자 전원이 동의했다. "그러면 ... ..." 하고 슬로언은 말을 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다음 회의까지 연기할 것을 제안합니다. 다른 생각도 좀 해보고, 그리고 우리가 내린 이 결정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어쨌든 슬로언은 올바른 의사 결정에는 적절한 반대 의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의견의 불일치를 강조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그것은 의사 결정자가 조직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유일한 안전 장치이다. (중략) 그것은 의사결정자가 미국의 대통령이든 혹은 설계 변경에 관한 일을 하는 젊은 기술자이든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중략)

둘째, 의견 차이 그 자체만으로 의사 결정을 위한 대안을 제공해줄 수 있다. (중략)

셋째, 반대 의견은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중략) 의사결정자가 - 그의 관심사가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어느 분야이든 간에 - 다루는 참으로 불확실한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창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 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 250쪽 ~ 253쪽, 청림출판



기업 경영에 대한 책에서 인용해, 현 정부에 대해 한 마디 하게 되니, 기분에 너무 씁쓰리하다. 그만큼 안타깝고 슬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면, 도리어 동정심을 느끼게 되었다. 주위의 나이 드신 몇 분은 나보고 말 조심하라고 한다.  그들은 과거 정부를 경험해 왔던 이들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IMF가 터질 때, 사회생활을 시작해,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속에서 일을 계속 해왔다. 

또한 나는 의견 불일치를 더 좋아한다. 그건 언제나 내 생각을 자극하며,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시키고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해준다. 이런 이유로, 대학 시절 학생 운동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대부분 20대 초반이었을 그들(학생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은 의견 불일치를 좋아하지 않았고, 서로 치열하게 논증과 검증을 하거나 탐구하지 않았고 눈 앞의 잘못된 것(그것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접근도 없이)만 향해 달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사람들도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같은 이야, 왼쪽에서 봐도 이상한 놈이고, 오른쪽에서 봐도 이상한 놈이 되겠지만서도, 정부와 공무원,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존재하는 목적은 국민들을 위해서다. 이는 기업과 똑같다. 기업이 수익을 향해 달리는 기관차라면,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삶을 위해 달리는 기관차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피터 드러커를 추천한다. 피터 드러터가 주장하는 의견 불일치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이왕 읽는 김에 GM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슬로언의 자서전도 같이 읽으면 어떨까 싶다.

(하긴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대해선 관심은 있지만, 의미있는 대안 제시나 실천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관계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