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Always Somewhere - 김현정展

지하련 2009. 4. 26. 23:38


Always Somewhere - 김현정展
2009년 1월 21일 ~ 2월 5일, GALLERY 175



김현정, 세상 끝까지(To the ends of the earth), 캔버스에 유채, 80.3×116.3cm, 2008 



얇고 사소한 감정들이 잔물결처럼 밀려들었다. 소란스런 도심 한 복판의 건물 지하의 갤러리는 고요하기만 했다. 작품들 속 풍경은 익숙한 장면들이었지만,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거칠고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는 듯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너무나도 쉽게 지쳐버리는 대도시의 일상 속에서, 아직 나에겐 지칠 순간이 오지 않았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김현정, 끝장난 사랑을 잊기 위해 우리는 춤을 춘다(We dance to forget the love that is over), 캔버스에 유채, 90.5×116.3cm, 2008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색들은 거칠었으며 공간은 자극적이고 낯설었으며, 작품을 향한 나의 자연스러운 시선을 훼방 놓았다. 지하 갤러리의 무채색 벽 너머에서 김현정의 작품들은 마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상대방이 적인지 아군인지 확인하려는 듯,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수줍거나 고개 돌리는 표정이 아니었다. 자기 독백같기도 했고 자기 확신같기도 했다.


김현정, 감은 눈꺼풀 아래에서(Underneath a closed eyelid), 캔버스에 유채, 130.4×161.2cm, 2008


어쩌면 자기 방어였을까.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색은 짙어지고 배경은 넓어지고 인물들은 작거나 풍경 속에 파묻히는 걸까. 자기 방어면 어떠랴. 지킬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친 도시의 일상을 지탱하는 작지만 거대한 힘이 될 수 있음을.


김현정,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Even if nothing were to change, oil on canvas, 90.5x116.3(cm), 2008


김현정, 한 점의 부끄러움 An iota of shame, oil on canvas, oil on canvas, 52.9x72.7(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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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김현정은 덕성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 있습니다. 작가의 홈페이지는 www.hyun-jung.net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