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우리가 꿈꾸는 여유

지하련 2009. 6. 3. 11:33

(갤러리 아트링크의 정원)



일요일 낮에 안국동, 사간동 갤러리들을 돌아다녔다. 청바지에 가방을 매고, 가방 속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철부지 같은 공부의 열정을 증명하듯 몇 권의 책과 노트, 그리고 철 지난 니콘 D70  카메라가 있었다.

수요일 오전, 지난 일요일의 한가로움이 쓸쓸하게 그립다.

회사 건물 1층에 나가, 몇 주만에, 극소량의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을 먹었다. 그러면서 내 일상을 탓했다. 고상한 척 하지만, 고상하지 않고, 강한 척 하지만 절대로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100%,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정말 비극적이고 슬픈 곳으로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 누군가가 내 마음 전부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면, 혹은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역시 인생은 이율배반적인가. 우리는 언제나 이룰 수 없는 어떤 반대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하긴 꿈 꾸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그 사실을 종종 깨닫는 것만으로 아주 가끔, 아주 짧은 순간, 덧없는 허위처럼, 우리의 삶은 그나마 살아볼만한 어떤 것이 되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한 잔의 생맥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