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높고 푸른 하늘 아래의 병원

지하련 2009. 6. 24. 22:46


계속 누워있었다. 그렇게 잠을 잘 수 있는지 조차 몰랐다.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계속 졸렸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쳐갔지만, 나에겐 생각할 힘조차 없었다.

아프다는 건 좋지 않다. 아프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요즘은 머리도 복잡하고 마음도 아프고, 이젠 몸까지 아프게 되었다. 

오늘 오전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았다. 병원 의사는 흔히 보는 목감기 환자라며, 사소한 친절함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딱딱한 차가움이 낯설지 않았다. 이 세상이 이미 그렇게 되었는 걸. 

근대적 차가움 대신 중세적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인터넷으로 페르디낭 호들러의 작품들을 뒤져보았다. 이렇게 아플 때, 그의 작품이 생각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심한 두통까지 동반한 이번 감기는 꽤 견디기 어렵다. 고통 견디기에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따스한 꿈이라도 꾸웠으면 좋겠다. 혼란스러운 악몽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