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야코포 폰토르모 Pontormo

지하련 2009. 9. 5. 23:50


Pontormo (Jacopo Carrucci)
Visitation, 1528-29
Oil on wood, 202 x 156 cm
San Michele, Carmignano (Florence)


야코포 폰토르모의 작품이다. 슬프고 우울하면서 왠지 몽환적인 느낌을 풍긴다.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화가인 폰토르모는 부드럽고 화려한 색채 속에서 마치 비현실적이거나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처럼, 달콤하고 유려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슬픔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실제로 보았던 폰토르모의 작품은 너무 연약해서 불쾌할 지경이었다.  

바야흐로 시대는 본격적으로 현대를 향해 간다. 16세기 후반 일군의 예술가들이 불러들인 세계는 바로 '꿈'이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유령을 불러들이듯,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그랬다. 현실과는 무관한 자족적인 세계를 구성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현실과 대치하면서,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려던 르네상스 사람들 사이로, 현실이 아닌 이론에, 규칙에 안주하려는 일군의 예술가들을 우리는 매너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고전주의 다음에는 언제나 낭만주의가 오듯, 르네상스가 물러나자 한동안 비난을 면치 못하는 매너리즘 세계가 펼쳐진다. 이 시대는 예술의 역사 속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퇴행의 시기였다. 밝고 활기차며 규범적인 세계가 낯설고 화려하면서 우울한 세계로 이행하는 것이다.

폰트로모는 다락방 작업실에서 내려오는 법이 없었고 결국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켈란젤로와 경쟁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던 그는 반듯하게 보이는 질서들(고전주의) 사이에 숨은 우울한 개인주의를 드러낸 최초의 예술가들 중의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