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뮤지컬을 꿈꾸다, 정재왈(지음)

지하련 2009. 10. 26. 11:38

뮤지컬을 꿈꾸다 - 6점
정재왈 지음/아이세움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읽히게, 책을 만든 의도가 궁금해진다. 내가 책에 대해 너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반대로 한국의 독자 수준이 형편없다는 말인가. 아마 대부분의 출판기획자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 책은 너무 쉽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문화교과서'라는 시리즈 제목이 무색할 정도다. 뮤지컬의 역사, 뮤지컬 제작, 대표 뮤지컬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각 부분은 뮤지컬 초보에게 간단한 안내서로 기능하겠지만, 그 뿐이다. 너무 편하게 쓴 탓에, 전문적인 부분을 건들지 못하고 있는 단점이 너무 눈에 보인다. 실은 비전문가가 쓴 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나라도 뮤지컬 관련 서적들을 읽고 이 정도의 책을 쓰라고 하면 쓸 수 있겠다.

하지만 뒤에 붙은 DVD는 매력적인 부록이다. 뮤지컬에 관심 있다면 이 책은 읽을만 하지만,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하면 안 되겠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을 한 시간에 다 읽었다. 그리고 이젠 내 수준이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고 고민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다. 스스로 나의 이 감상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번 겨울 뮤지컬 한 번 보러 가고 싶은, 일 년 내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에게 이 책은 충분한 가치와 기능을 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오래 전부터 뮤지컬을 사랑해왔던 이들에게 이 책은 동어반복이 되지 않을까 좀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