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수선한 마음의 일요일 아침의 말러Mahler

지하련 2009. 12. 13. 11:30



어제 밤에 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HP 노트북의 OS를 새로 깔았다. 무려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아무 짓도 못했다. 스트레스가 의외로 심했다. 그 탓일까. 일요일 아침 쉬이 기분이 펴지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고 얼마 전에 끝난 조안 미첼의 전시를 떠올리며 뉴욕타임즈 웹사이트에서 구한 그녀 작품에 대한 몇몇 기사를 읽었다. 그 중에서 기억하는 문구.

an orgiastic battlefield, 주신제의 전쟁터, 술 마시며 난리를 피우는 전투장, ... 어쩌면 미 추상표현주의가 orgiastic battlefield가 아닐까. .. 어쩌면 모든 예술 작품이, 우리 마음이, 우리 사랑이.

낡은 파이오니아 턴테이블에 카라얀의 베를린 필이 연주한 말러 4번 교향곡을 올려놓았다. 말러의 음악은 마음이 어수선할 때 들으면 어수선함을 잡는 대신, 그 깊이를 모를 정도의 우울함 속으로 사람을 밀어넣는다. 이 사람, 사는 거 참 어려웠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나도 그럴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자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