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저주받은 성, 파블로 네루다.

지하련 2010. 3. 5. 01:27

 

 

저주받은

                
파블로 네루다 지금 (추원훈 옮김)



내가 걷고 있는 동안 보도블럭은 내 다리를 두들겨 패고 있고,
별들의 찬란한 빛은 내 눈을 부숴뜨리고 있다.
창백한 그루터기만 남은 밭에 자욱을 남기고 비틀거리며 가는 마차에서
밀알이 떨어지듯 갑작스레 내게도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오오 누구도 결코 챙겨 놓지 않은 길 잃은 생각들,
말이 내뱉어졌다면, 느낌은 내부에 남아있는 법.
여물지 않은 이삭, 악마는 그것을 공간에서 발견할 테지,
나는 망가진 눈으로 그걸 찾으려 들지도 발견하지도 못하리라.


나는 망가진 눈을 하고 끝없는 길을 쉬임없이 간다… …
왜 생각의 길을, 왜 헛된 삶의 길을?
바이올린이 부서지면 음악이 죽어 버리듯
내가 손을 움직이지 못할 때면 내 노래도 감동을 주지 못하리라.


내 가슴 깊은 곳 펼쳐져 있는 사막
그 곳에서 나는 어떤 시 속에 표현된 고통 그대로 십자가에 박혀 있나니… …
나의 삶은 창도 문도 없는 거대한 성
그리고 네가 이 오솔길로 오지 못하도록, 나는 그 길이 다른 곳을 향하게 한다.




블로그 포스팅이 뜸하다. 봄을 타는 걸까. 아니면 이런 저런 생각만 할 뿐, 뭔가 쓴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걸까. 몇 달 만에 새벽까지 남아 일을 하고 있다. 이번 주는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고 머리가 복잡했고 마음이 아팠다.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는다. 그런데 이젠 형편없는 시집마저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 사이 형편없는 소설책들은 아직도 잘 팔리고 있는 듯 하지만. 아마 십 년 이내로, 형편없는 것들이라도 읽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 이번 주 일이 너무 많이 밀렸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듯 느껴진다.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야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