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내 마음의 이파리

지하련 2010. 4.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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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의 투명하고 쾌적한 햇살이 푸석푸석하게 말라 거칠어진 내 볼에 부딪쳐 흩어졌다. 하지만 햇살 닿은 곳마다 어둡게 부식되어갔다. 내 마음이.

대기가 밝아지는 만큼, 딱 그 만큼 내 마음의 어둠은 깊어졌다
.

봄이 싫은 이유다
.

태어나 꽃을 꺾어 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지만, 선량한 꽃들은 나를 피하며 저주했다. 어둠은 깊어지며, 눈물을 흘렸고, 달아오른 고통은 고여있는 물기를 발갛게 데우며 온 몸을 축축하게 젖게 만들었다
.

변하는 계절이 싫은 이유다
.

변하는 마음이 싫고 늙어가는 생이 싫다
.

싫어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딱 그 만큼 세상은 밝아지고 투명해지며 높아져 간다. 아니 높아져갔다
.

이미 죽은 이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살아있는 이들의 글에서 풍기는 생명력이 가지는 밝음은 마치 끝없는 우주의 서로 다른 반대편 끄트머리에 서서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반대 방향을 향해 팽창되는 일종의 아이러니한 운동을 닮아 있었다.

이미 죽은 앙드레 말로의 말대로, 살아있는 내가 아닌, 죽어가는, 죽음을 향해 가는 내가 있으며, 시듦을 향해가는 내 육체가, 깊은 어둠에 젖어 들어가는 내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제 봄이 갈 것이고, 내 마음의 이파리도 떨어져 암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