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봄, Spring

지하련 2010. 4. 23. 23:41





어쩌다 보니, 내 마음은 아무도 찾지 않은, 어두운 해변가로 나와 있었다. 행복했다고 여겨지던 추억은 이미 시든 낙엽이 되어 부서져버렸고 미래를 기약한 새로운 기억은 만들어지지 않은 채, 파도 소리만 요란했다. 텅~ 비워져 있었지만, 채울 것이 없었다. 저 끝없는 우주에는.

죽지 않기 위해 죽은 자의 노래를 듣는다.

오랜만에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은 언어를 지나 사랑에 가 닿았다. 쓸쓸한 사랑에.
 
세상을 살만큼 살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막상 표피가 두꺼워진 것 이외에 달라진 게 없었다. 비워져 가는 술잔, 늘어나는 술병 사이로 언어는 가치없이 뚝뚝 부서져 술집 나무 바닥에 가닿아 사라졌다.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왜 사람들이 낯선 죽음을 택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같다. 나는 영영 그런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여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