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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Titian. The Young Englishman. c.1540-1545. Oil on canvas. Palazzo Pitti, Galleria Palatina, Florence, Italy


이 오래된 초상화는 16세기에 제작된 초상화들 중에 가장 뛰어난 것들 중의 하나에 속하리라. 16세기 베네치아 최고의 예술가였던 티치아노는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까지 담아내는 듯 보인다. 르네상스 시기, 일군의 화가들의 붓에서 시작된 위대한 초상화 양식들은 새로운 시대의 한 획을 그으며, 20세기까지 이어진다. 양식의 변용과 혁신을 거듭하면서.

초상화 양식의 역사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아래 초상화를 보자. 이 흥미로운 초상화는 티치아노가 교황 파울루스 3세(재위 1534 - 49)의 손자를 그린 작품이다.



Titian. Portrait of Ranuccio Farnese. 1542. Oil on canvas. Th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USA



권세가의 자제라서 그런 걸까. 고종희의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에서 한 문장을 인용해본다. "아이의 경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12세에 기사가 되었고, 베네치아에 거주하면서 어린 나이에 산조반니푸르라리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는가 하면 14세에는 나폴리의 대주교가 되었고, 1년 후인 15세에 추기경에 임명되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긴 하다. 이 때 교황은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종교 권력이 세속 권력과 한 판 전쟁을 벌이는 시기였던 16세기의 그리스도교는 현대와는 많이 달랐다. (종교, 또는 신앙이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적인 양식이므로, 다양한 변화를 겪어 왔다. 따라서 변하지 않는 종교와 신앙이 없다. 무한자의 세계를 유한자가 알 수 없으므로 무한자의 세계란 결국 철부지 같은 유한자들의 입맛에 맞게 편성된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윌리엄 오캄의 세계가 아직도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어리석은 신앙인들은 윌리엄 오캄의 극적인 신앙에 대해 그 어떤 감동이나 전율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결국 초상화라는 양식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양식으로 시작되었다. 작품의 완성도 후대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지만,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프로퍼갠더로서의 기능도 수행하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예술 양식의 자율성에 대한 추구라는 것이 지극히 현대적인 태도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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