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누구를 위한 정치인이고 정부일까요?

지하련 2010. 12. 11. 16:45



가끔 외국의 대도시에 나가게 되면, 그 도시의 어느 쪽에는 되도록이면 나가지 마라는 주의를 듣곤 합니다. 심한 빈부격차나 인종 차별로 인해 지역에 따라 사는 사람들의 분위기(경제적 능력이나 문화자본 등으로 형성되는)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서울은? 이를 시간적인 연대로 나누어, 70년대에는 어떠했고, 80년대에는 어떠했고, 90년대, 2000년대에는 어떠했을까요?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 포털에 올라온 기사 리스트를 보다가 다소 황당한 기사를 읽고 이런 글을 올립니다.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상임위 단계에서 책정한 영·유아 예방접종비 예산 400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도 0원으로 책정돼 저소득층 아동들이 당장 밥을 굶을 판이다.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씨는 9일 “국회에서 아가들의 필수예방접종 예산을 몽땅 다 삭감해 버렸습니다. 저출산으로 국가가 비상사태라는데 정작 아이 키우는 데 비용은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니 놀랍습니다. 우리보다 후진국도 아이들 접종은 무료로 해주는 나라가 많다는데….”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원래 400억원 정도만 추가로 예산을 잡으면 수많은 아가들이 필수예방접종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접종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덧붙였다.

(중략)

한편 내년도 예산안에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10년도 예산안을 짤 때에도 전년도 541억원이던 결식아동 급식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285억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서울신문. 12월 10일자.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1210008011 


다소 황당한 내용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계속 하면서, 꼭 필요한 복지 예산은 날려버렸네요.

최근 들어 자주 노무현 정부 때가 떠오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부에서 뭔가를 하려면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아가며 반대부터 하던 야당(지금은 여당이죠)과 언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왜냐면 그들의 나라 대한민국과 우리들의 나라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언론에서는 현직 대통령 지지율을 보여줍니다. 제 기억으로는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2명 중 1명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나라에는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들의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여기에 없고, 우리들의 50% 이상은 그 사실을 모르고 그들의 나라가 우리들의 나라라고 믿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이미 이 나라는 마음으로는 조각 났습니다. 종교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빈부로 인해 그 갈등은 심해지고 이제 지역적으로 나누어져 마치 유럽의 어느 나라처럼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 간의 갈등이 생겨날 것이며, 분리 독립 운동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통일이라뇨?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된 우리는 아직도 국회 의사당 안에서 '통일'을 이야기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된 정치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의라뇨? 날치기로 통과된 예산안에 대해 정의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무식한 대담함이 놀랍기도 하지만, 실은 우리가 믿는 정의와 그들이 믿는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맞는 표현일 지도 모르겠네요. 정의란 결국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마이클 샌델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나라를 찾아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떠났던 사람들은 결국 우리들의 나라들을 찾지도 만들지도 못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에서 사라지질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던 그들은 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게 대해선 모르고 있습니다.

수십년이 지나 몇 번의 대형 홍수와 오염사태를 겪고 난 다음 다소 현명해진 척 하는 사람들은 4대강 복원 사업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꼬불꼬불한 강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대형 토목 공사를 벌이게 될 것입니다. 아마 그 때쯤에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겠죠. 만일 그 때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우리들의 나라로 남아있다면 말이죠.

그건 그렇고,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대형 토목 공사 하나 줄이고 복지 예산을 책정하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우리들의 상식과 우리들의 정의로는 도대체 납득되지 않는 일이기에, 정치적인 일에 대해선 거의 포스팅하지 않던 제가 이런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