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하련 2011. 3. 22. 22:14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이번에도 논쟁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편가르기가 아니다. 편가르기 전에 서로를 탐색하기 위한 전초전의 의미를 띈다. 편이 나뉜 뒤에는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때문에, 대화나 협상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협상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까지도. 이 또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빨리 결론을 내는 방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장하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먼저 편가르기부터 하고 있다. (1)

그리고 그 편가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장하준이다. 하지만 그의 책은 유별나다. 장하준의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과 근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며 충분히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보기 드문 내용을 가지고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잭 웰치가 최근 고백했듯이 주주가치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아이디어'이다.
- 46쪽


잭 웰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잭 웰치가 이런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주주 가치의 노예가 된 기업들 속에 있지 않은가.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라. '주주가치'라는 단어를 자주 발견하게 될 테니.)

요즘 너도나도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마당에, 길게 서평을 적는 대신, 이 책을 읽었다는 의미로 몇 자를 노트해둔다.


1. 장하준의 다른 책들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장하준의 주장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소 식상한 면도 없지 않다.

2. 장하준이 바라보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어떤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일시적인 경향에 지나지 않으며, 그 경향으로 인해 많은 폐해가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바는 대부분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내일 아침 신문의 경제면이나 경제신문을 한 번 읽어보라.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어떻게 교묘하게 반영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3. 몇 가지의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1)
한국에서 배웠다는 사람들, 좀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 사회의 문제는 '눈과 귀를 닫은 편 가르기'다(한국 전체이려나..). 그래서 발전이 없다. 나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바로 다양성의 시작이고 창조성의 기틀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서로를 설득시키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다른가를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풍성해지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문화가 없다. 도리어 이런 문화를 이야기하는 순간 소수자가 되고 비주류가 되며, 비상식적이고 세상 모르는 놈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