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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요즘 젊은 현대인들은 우유나 달걀 같은 음식들이 식료품점에서 오는 것인 줄 안다. 그리고 돈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폐의 가치와 정부의 통화 정책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돈의 가치는 왜 자꾸 악화되는지, 화폐를 늘려서 누가 이익을 보게 되고 이것을 누가 소비하고 있는지, 국가 재정 악화로 희생자가 되는 건 누구고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지금 경제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찰스 고예트


그런데 '지금 경제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는 이가 몇 명쯤 될까. 그리고 알게 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는 걸까? 반 세계화, 반 신자유주의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대안이 될까? 레베카 코스트가 자신의 딸이 참가한 시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사람들은 비판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1/06/26 - [책들의 우주/이론] -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그래도 해야 되겠지. 그러면서 '이것만으로 안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것이라도 해야 돼'라고 되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달러'는 너무 위험해 보인다.

 

“달러는 현재 세계 기축통화다. 달러 가치가 더 하락하면 전 세계가 위험해진다.”
- 찰스 고예트



그런데 현재의 달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아마 금융 종사자들은 모두 다 알 것이고 약간의 식견을 가진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반 대중만 잘 모르고 있을 뿐.

실은 몇 년 전부터 기축 통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로화가 다음 국제통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가 헤게모니를 잃고 있으며 유로화가 부상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 앨런 그리스펀(전 미국 FRB 의장), 2007년 영국 채널 4 인터뷰 중에서('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의 미래 : 진단과 전망', 삼성경제연구소, 2007년 10월 15일 재 인용)


2011년 7월 현재 시점에서 안타깝게도 유로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다. 도리어 그리스 재정 위기로 인해 유로존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 뿐일까. 이미 유로존의 몇몇 나라들도 심심치않게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로화를 기축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일까. 혹시 반대로 바람은 아니었을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축통화 문제가 비전문가인 나에게도 꽤나 흥미롭다. 이 흥미의 시작은 엘런 호지슨 브라운의 '달러'라는 책을 읽고 난 다음부터다. 화폐 시스템 자체가 문제 투성이 위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축 통화의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음을 깨닫았기 때문이다. (이전 글: 2009/03/22 - [책들의 우주/이론] - '달러', 겨우 다 읽다 )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잡지에서는 찰스 고예트('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의 저자)의 인터뷰와 끊임없이 오르는 금값이 이 글을 쓰도록 자극했다. 

현재 문제는 달러를 대체할 기축 통화가 없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위안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우스개소리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바로 달러 위기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그만큼 중국은 미국을, 미국 달러를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위안화가 국제 통화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배민근 책임 연구원, LG경제연구원 참조)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금값은 신흥 국가들(중국, 인도 등)의 금 수요의 상승도 한 몫하고 있지만, 실은 그 밑에는 기축 통화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달러가 안정화되지 못한다면,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고, 달러 안정화는 부채로만 나라 경제가 움직이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게도 해결하기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결국 믿을 건 금 뿐이고, 최근 많은 나라들이 금을 사모으는 이유다. 그리고 며칠 전 한국의 금 보유량은 너무 형편없어서 얼마 전 각 저널에서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기도 한 까닭이기도 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이럴수록 외화 안전자산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세계 7위인 3044억달러 외환보유액이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최선은 아니다. (중략) 차제에 외화 유동성의 안전판인 금(金) 매입에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 우리나라 금 보유량은 14.4t으로 보유 외환의 0.2%인 6억679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 비중은 사실상 세계 최저 수준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 위상이 추락할 때 금 보유를 최대한 늘리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600달러인 금값이 10년 후엔 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판이다.
- <사설>글로벌 재정위기에 금 보유 늘려라, 헤럴드경제신문, 2001년 7월 21일자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저/권성희 편역



지금 투자를 한다면, 달러 관련 상품이 아니라 금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단지 미국의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나라의 통화였다면 이미 재정 위기에 빠지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지갑에 들어있는 돈이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면 실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려 들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피히 폰 미제스는 이를 대중의 자각 파멸적인 폭동이라고 했다. 파멸적인 폭등의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수도 있다."
- 찰스 고예트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The Dollar Meltdown>의 저자)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경제 시스템, 금융과 화폐에 대한 책이 나오고, 끊임없이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눈 앞의 이익을 두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다른 길이 없는 상황에서 눈 앞의 이익을 그냥 포기할 수 없다고 할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 상태로 지속된다면 더 큰 재앙이 도래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 찰스 고예트의 인터뷰는 KRX 6월호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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