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휴식, 또는 디폴트 네트워크

지하련 2011. 8. 8. 22:48


특히 '디폴트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두뇌 연구가 마커스 라이클은 실험 참가자 문제 풀이에 집중하자 뇌의 특정 영역의 활동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문제 풀기를 멈추자 이 영역의 활동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멍'한 상태에 있거나 잡념에 빠졌을 때 극도로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은 디폴트 네트워크로 명명됐습니다.
<행복의 중심 휴식>이란 책의 저자는 울리히 슈나벨은 신경세포인 뉴런들을 새롭게 정비하고 기억을 분류하며 배운 것을 처리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디폴트 네트워크가 활성화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정 과업에서 벗어나 별 생각 없이 있는 게 우리의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내면의 지식, 오래 전에 갖고 있던 지식, 잠시 스쳐 지나가며 얻었던 지식들이 이 과정에서 돌추하며 창의적 해결책이 나옵니다.
-  김남국, '편집자의 글'(동아비즈니스리뷰 86호)중에서


휴식... 얼마나 아찔하고 감미로운 단어인가. 가끔 멍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가.  




분당 정자동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저녁 약속.




월계관을 마셨다.

그러고 보니, 술을 잔뜩 마시고 나는 일부러 멍해지는, 디폴트 네트워크를 가동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해도 휴식이라는 게 생기질 않아서 술을 잔뜩 마신 것일까. 그러면서 나에게 강요된 휴식을 만든 걸까.

많은 생각이 머리 안에 가득하지만, 쉽게 언어로 나오지 못하는 한반도의 우기 한 가운데 서서 문득 내 자리를 되돌아본다. 어느 월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