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고통의 침묵

지하련 2007. 3. 11. 19:02

오래 전부터 안으로부터 말라버린 갈색 프라스틱 화분에 갇힌 채, 몇 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견뎌온, 이름 모를 화초가 죽었다. 이번 겨울, 내 바쁜 일상은 내 방을 거처로 삼은 그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해내고 말았다. 그가 죽어가며 내뱉었을 고통이 눈 앞에 선하다.

하지만 고통의 침묵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법. 꼭 사랑의 침묵처럼. 이제 세상은 침묵을 귀담아 듣지도, 눈여겨 보지도 않는 곳.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나 그녀의 사랑스런 볼이나,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슬픈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