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지하련 2012. 10. 13. 10:33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10점
루이 알튀세르 지음, 권은미 옮김/이매진




그가 죽고 난 다음, 르몽드에서 한 면을 통째로 특집으로 꾸몄다. 20세기 후반기 마르크스주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져 있을 무렵, 어느 마르크스주의자의 인생과 학문 세계가 유력 일간지 특집으로 나온 것이다. 


루이 알튀세르. 현대적 마르크스주의를 만든, 거의 독보적인 인물. 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을 마르크스주의에 도입한 철학자. 


하지만 그는 레지스탕스 동료이기도 했던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침묵의 세월 보내며 죽는다. 그리고 죽기 전에 발표한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며, 자신의 세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도려내어 분석한다. 


문장 문장 하나가 잔인하고 고통스러우며, 추억은 쪼개지며, 사랑은 냉정하게 분석되며, 민감한 영혼은 자리잡지 못한 채 허공으로 사라져버린다. 희망으로 대변되는 미래를 이야기하기엔 이 책은 철저하게 자기 분석적이다. 


나는 20대 후반 이 책을 두 세번 읽었다. 그 이후 나는 학문의 세계를 떠나 직장인이 되었고 사랑과 술에 대한 개인적 역사를 만들며 사십대가 되었다. 그 사이 루이 알튀세르의 자리엔 다른 학자들이 자리잡았고, 알튀세르는 한참 유행에 뒤진 학자가 되었지만, ... 그의 자서전은 현대적 자서전- 지극히 비극적이고 철저하게 외로웠던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적 세계 속에서 - 의 규범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것고, 끊임없이 되새기게 될 것이다. 진정한 독서란 한 번 읽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 읽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