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다니엘 레티히

지하련 2012. 10. 14. 00:19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 10점
요헨 마이 외 지음, 오공훈 옮김/지식갤러리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다니엘 레티히(지음), 오공훈(옮김), 지식갤러리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사람들은 행동에는 논리적인 배경이나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여기게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그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를 불가해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은 그러한 무수한 (심리학적인) 연구들과 그 결과에 대한, 일종의 요약서이다. 그래서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모차르트 효과, 깨진 유리창 이론, 마시멜로 효과, 머피의 법칙 등을 포함해,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소하지만, 아하~ 하고 공감하게 되는 123가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일부를 인용해보기로 하자. 



1960년대말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미국 학교를 대상으로 몇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상상이든지, 보다 호의적으로 표현하면 기대가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려 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몇몇 교사에게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들이 포함된 학급을 맡아달라고 통보했다. 학기가 시작되자 실제로 다른 학생들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아이들이 학급에 편성되었다. 그들은 성적은 물론 지능지수도 학교 평균보다 20점이나 더 높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어있었다. 사실 이들 두 학자는 거짓말을 했다. 학급을 구성한 우등생들은 사실 최상위권 영재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냥 임의로 뽑은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 본인도 엘리트에 속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학습 능력과 성적 곡선이 동시에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 같은 실험을 학계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 또는 ‘로젠탈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효과로부터 2가지 사안을 깨달을 수 있다. 즉, 성공이란 훌륭한 수행 능력의 결과다. 아울러 성공이란 대부분 우리가 자신을 신뢰하는 데에서 나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 444쪽 ~ 445쪽. 


저자들은 실제 실험 과정과 그 결과를 요약해 인용하면서, 그 내용을 3-4페이지로 재구성하여 흥미진진하게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그런데 그 설명은 (기대 이상으로) 상세하면서도 동시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그 결과들이 독자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도 아래와 같이 나눈다. 


1장 나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말려 들어가고 있는가
2장 마음은 내게 어떤 거짓말을 하는가
3장 그대와 나 사이의 거짓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4장 소비문화는 나를 어떻게 현혹하는가
5장 내 머릿속 회로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을까
6장 내 결정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7장 나의 학습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8장 나의 직장생활은 과연 합리적일까
9장 나의 인간관계에서 문제점은 무엇일까
10장 나는 과연 얼마큼 성장할 수 있을까
11장 정보화시대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수십 권에 이를 심리학 책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덧붙여 이 책에 대한 정성스러운 독서는 우리 일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선행을 베풀면 삶이 더욱 숭고하고 고결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좋은 인간성을 자발적으로 갖추어나가는 현상은 마치 진화를 방불케 하는 생화학적 과정을 거친다. 어쨌든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일주일에 2시간씩 헌신적인 자세로 자원봉사활동에 몰두하면 장기적으로 건강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정신질환 발병 위험까지 낮아진다. 
- 71쪽 



책은 두껍고 독서 시간은 꽤 길 것이다. 아마 많은 밑줄과 메모를 하면서 읽게 될 터인데, 그만큼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