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발레리 산문선, 폴 발레리

지하련 2003. 12.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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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산문선
폴 발레리 지음, 박은수 옮김, 인폴리오.



솔직히 이 책에 대해 소개하라며 한 시간의 시간을 준다면, 혹은 원고지 30매를 채우라고 요구한다면, 아마 나는 한 시간 내내 책의 일부분을 읽어가거나, 책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을 것이다.

아마 몇몇 이들에게 이 책은 수다스럽고 장황하며 뜻모를 말만 나열하는 책이겠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아름다우며 읽어가는 도중, 아! 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책들 중의 한 권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스 칸타타>의 한 구절을 옮긴다. 나르시스를 사모하는 한 님프의 대사다.


가엾게도 ... 내 자매들아, 죽다니? ... 우리는 죽지 않는 여신들,
부질없게도, 부질없게도 죽지도 않고 아름답기만 하니;
우리에게는 사랑도 없고 죽음도 없구나
욕망도 괴로움도 우리를 위해 이루어지지도 않으니;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의 운명으로만 되돌아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