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콰이어트, 수전 케인

지하련 2012. 12. 25. 01:37

콰이어트 Quiet - 8점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콰이어트Quiet, 수전 케인(지음), 김우열(옮김), RHK 



책을 읽은 지 벌써 2달이 지났고, 내 바쁜 일상은 이 책의 리뷰를 허락하지 않았다. 몇 장에 걸쳐 책의 내용을 메모해놓았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면 이 책은 세계적인 명성에 비하면 다소 식상하고 너무 미국적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외향성이 강요되고 내향성은 회피된다. 미국의 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는 고쳐야만 한다. 그리고 책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들과 저서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이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 것은 그만큼 외향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외향성이 다소 강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향성이 무시당하진 않는다. 적어도 내 경험 상에선. 


하지만 앞으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육의 핵심은 지도자들이 자신감 있게 행동해야 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82쪽)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듯이 한국 사회도 외향성으로 물결치는 사회는 아닐까?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큰 목소리로 상대방을 몰아 부치면서 결정 내리는 사람들이 득세하게 되는 건 아닐까? 



영향력 있는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Warren Susman에 따르면 미국은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했고, 결코 회복하지 못할 개인적 불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인격의 문화에서 이상적인 자아는 진지하고 자제력 있고 명예로운 사람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가 아니라 홀로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 하지만 ‘성격의 문화’를 수용한 뒤로, 미국인들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46쪽)





‘성격의 문화’에 대해선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 사회>(이학사)에서 접해 본 바 있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단어인데, 흥미롭게도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된 듯 싶다. 외향성이란 결국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며,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나를 변화시키려는 (불행한) 시도들의 집합일까? 


최근 갑자기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이제 외향성의 가면 속에 숨는 것이 요즘 자라나는 세대들에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알게 되면서, 한국 사회도 점점 불행해질 것이라고 여기게 되는 건 내 삐딱한 시선 탓이라고 여기고 싶다. 


이 책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한국 사회가 마주하게 될 흥미로운 사태에 대한 맛보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