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서양 사상의 역사, 크레인 브린튼

지하련 2004. 3. 14. 15:00
서양 사상의 역사
Ideas and Men - The story of western thought
크레인 브린튼 지음, 을유문화사




살아가면서 어떤 인생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모색을 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서부터 거대한 문제들(Big Questions)까지.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인류의 역사는 문제 해결의 역사이고 욕구 충족의 역사였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고 욕구가 충족되려면 먼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할 듯이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 유리창에 금이 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하게 되는 인생의 방향이라는 것도 기획되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 이해의 한 방식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세계를 신이 창조한 어떤 것, 그래서 신이 다시 구원해주는 그 날을 향해가는 어떤 것으로 파악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러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당하여 세계는 희망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사상의 역사들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라고 폄하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에서 빠진 것은 객관적 사실과 자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이 빠져 있다. 요즘 하도 반지성주의의 물결이 세차게 대중의 머리를 휘어 감아 돌리는 바람에, 이러한 사실을 종종 잊게 되는 경향이 있다.

20세기의 사상 사조는 분명 '반지성주의'이다. 실존주의자들, 후기 구조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이러한 반지성주의의 스타들이다. 하지만 반지성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그들이 이용하는 것은 '지성'이다. 이는 '지성의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지, 이제 지성에 대한 판단중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우리는 보다 면밀하게 지성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사상사(지성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은 전문 학자의 몫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하나의 텍스트나 사상은 그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상실한 채 현대로 전해져 온다.

현대 기독교와 중세 기독교는 다른 성격의 종교이다. 똑 같은 신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그 신에 대한 해석이 판이하게 틀려진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변화는 현실 세계의 변화를 반영한다. 즉 변해가는 현실 세계를 따라가기 위해 종교도 변하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현대 사회가 개인적으로 고립되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나름대로 힘든 여정이긴 하지만, 지성사를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독서가 수반되었을 때, 현대의 분석 철학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한 것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이 책은 온라인서점에서 구할 수 없음. 오프라인 영풍문고나 교보문고에서 구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