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리더가 사라진 세계, 이언 브레머

지하련 2014. 4. 4. 14:09


리더가 사라진 세계 Every Nation For Itself

이언 브레머(지음), 박세연(옮김), 다산북스 




Ian Bremmer



바로 이것이 G제로의 도전 과제다.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구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장기적인 협약과 투자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공 건강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고, 다양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총대를 메고 타협안을 강제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리더가 필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국제적인 공동체들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나갈 정치적, 경제적 힘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 30쪽



굳이 구분하자면 ‘국제 정치’에 대한 책이랄까. 우리에게 ‘국제 정치’라고 하면, 우리 일상과는 참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갈수록 전 세계가 처해 있는 상황이 만만치 않고 이를 해결하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국제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이 한국이라는 나라에겐 매우 중요하며, 우리 일상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알게 된다. 


G제로 세계. 이언 브레머와 루니엘 루비니가 <포린 어페어>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은 유로존을 지켜내기에 급급하다. 일본은 국내의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힘겹다. 국제적으로 힘든 문제들을 해결할 시간, 자원, 정치적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없다. 반면 브라질,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강국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는 국가들간 경쟁에 대한 신뢰할 만한 해답도 없다. 이 신흥강국들은 자국의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 국외의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현재 'G-제로 세계'에 살고 있는데, 국제문제를 풀어갈 정치경제적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단 하나의 국가 혹은 단일 경제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제 거시경제적 협력이나, 금융 규제 개혁, 무역 정책, 기후 변화와 같이 무척이나 중요한 국제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국가간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은 요원하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금을 비축하면서 현재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기다림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출처: 위키피디아 재인용 / 원출처: Roubini, Nouriel, and Bremmer, Ian. "A G-Zero World", Foreign Affairs, March/April 2011



G 제로 세계의 대안으로 G2 세계(미국과 중국)가 이야기 -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단어까지 사용하지만 - 되고 있지만, 이언 브레머는 미국이 글로벌을 리드하기엔 많은 문제들을 극복해야 하고 중국은 그들 스스로 아직 역량 부족이라고 이야기한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여전히 개발도상국입니다. 이것이 중국의 실제 상황이고, 솔직한 모습입니다.”

- 원자바오 (2010년 9월 UN총회 연설)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 7519달러로 전 세계 94위이며, 리투아니아의 절반이자 포르투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49쪽



그리고 그는 <세계 경제 질서를 변화시킬 5가지 시나리오>라는 챕터에서 ‘G2: 미국과 중국의 공조체제’, ‘조화: G20이 제대로 굴러가는 세상’, ‘냉전2.0: 혹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분열: 지역별로 나누어진 세계’, ‘시나리오X: G서브제로 등의 5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냉전2.0’이 ‘G2: 미국과 중국의 공조체제’보다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이야기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그의 동료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유명한 뉴욕대 교수 - 보다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이 책도 일종의 묵시록처럼 읽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은 리더가 사라진 ‘G제로’ 시대를 따라가면서 국가 간, 대륙 간에 놓인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그것의 어려움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식량, 기후, 지역 분쟁, 미국/중국/유럽/일본/러시아/인도 등 주요 나라의 정세와 서로의 이해관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각 나라마다 그들이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모색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국제 정세에 대해 이해가 없었던 독자에겐 매우 유용한 입문서이자,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제 정치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어려운 학술 서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읽기 쉬운 수필도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는 적절한 수준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은 에세이와 같아야 한다. 에세이는 논평과 같아야 한다. 논평은 블로그 포스팅과 같아야 한다. 블로그 포스팅은 트윗과 같아야 한다. 그리고 트윗은 여태껏 한 번도 트윗되지 않은 새로운 글이어야 한다.

- 331쪽




리더가 사라진 세계

이언 브레머저 | 박세연역 | 다산북스 | 2014.02.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