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몇 장의 사진, 그리고 지나간 청춘

지하련 2014. 7. 23. 13:26


요즘 페북과 인스타그램에 빠져 블로그짓에 뜸하다.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내 아이디는 yongsup이다. 요즘은 먹스타그램으로 빠지긴 했지만. 




퇴근길, 나이가 들었다. 조금 있으면 사십 중반이 될 텐데, 스스로 아직 청춘인 줄 안다. 밤 11시, 술 생각이 나는 건, 오늘 때문일까, 아니면 내일 때문일까. 아니면 어제들 때문일까. 나이가 들었다. 그러나 질문들은 줄지 않고 믿었던 답들마저 사라진다.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참 맛없는 치킨 옆의 맥주가 안타까웠다. 참 맛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대박을 꿈꾸긴 않았지만, 적어도 여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서울, 한국을 사로잡은 21세 자본주의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엉망으로 된 전 회사에서 가지고 온 난 화분들. 화분을 선물 받고 그 화분이 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나는 조금은 아팠고 그래서 내가 화분을 챙겨가지고 왔다. 생명에 둔한 사람들은 정말 싫다. 



평창동 밤 10시. 금보성아트센터 앞 평상에서 술을 마시며 예술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술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예술에 대해서 아는 척 했다.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나는 지금 죽는 연습을 하고 있다.  



동작도서관. 집에 이런 서가를 가지고 싶다. 로또에 걸리면 이런 서가를 꾸밀 수 있을까? 아니면 이런 도서관에 사서로 취직하면 ... 사서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던데. 사소하게 보이는 꿈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젠 늙은 장정일의 소설 <<아담이 눈뜰때>>의 첫문장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담은 젊음을 버리고 그것을 이룬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그러나 내 소망은 너무나 소박하여 내가 국립 서울대학교에 입학기를 원하는 어머니의 소망이나, 커서 삼성 라이온스에 입단하기를 꿈꾸는 어린 사촌동생의 소망보다 차라리 더, 어렵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