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뇌를 훔치는 사람들, 데이비드 루이스(지음)

지하련 2014. 9. 21. 23:28


뇌를 훔치는 사람들 (The Brain Sell) 

데이비드 루이스(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내가 강연을 통해 뇌 설득 판매 기업의 위력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면 청중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광고, 마케팅, 소매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큰 기대를 하면서 흥분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그 중 한 부류다. (...) 또 다른 부류가 보이는 반응은 충격과 분노다. 이들은 수많은 주요 기업들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의 규모에 거의 신체적으로 능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상품을 사도록 '세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경각심마저도 느낀다. (341쪽)


정말 오랜만에 꼼꼼하게 책을 읽었다.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과 관련된 보고서들을 여럿 읽기는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와 같은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뇌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실제로 적용 사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뉴로마케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 기업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전혀 관련 없는 소비자를 세뇌시킬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차가운 이성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 기억, 마음을 움직여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 다 읽은 후에는 아마 다들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나같이 마케팅 업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다소 다르겠지만. 저자는 도덕적 기준과 법적 제약으로 인해 충격과 분노를 일으킬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 이건 세월만이 알 문제다)


이 책을 읽어야 만한 하는 이유를 3가지 측면에서 적어본다. 

 

1.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거의 모든 정보를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은 이제 Big Data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분석되고 기업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로 재가공되고 있다. 사람들은 아마 이 '정보'라는 게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이길래 그러나 싶을 텐데, '세계 5대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언Raytheon에서 개발한 RIOT(Rapid Information Overlay Technology) 프로그램은 트위터, 페이스북같은 웹사이트들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GPS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의 위치까지 알아낸다. 세계 어디든 사람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미래 행동까지도 예측한다'.(325쪽) 


이미 우리들의 모든 정보들은 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는 주민등록번호 수준이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보안이 요구되는 비밀정보라기 보다는 누구든 원한다면 돈만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개인정보라고 함은 두 가지 이상의 정보를 연결지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따라서 연관을 맺어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면 그건 개인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빅 데이터 분석이란 연관이 없는 무수한 정보를 연관 맺고 분석해서 특정 개인이나 특정 개인 그룹을 만들 수 있고, 이들의 다양한 성향을 분석하여 이를 기업 경영이나 영업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민등록번호만이 개인정보의 다가 아니다. 실은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내가 누군인지 그들은 알고 있다.  


2. 

소비자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를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TV CF다. 그런데 우리는 TV의 영향력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괜히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건 정말로 바보로 만드는 상자였다. 


제리 맨더Jerry Mander는 1978년엥 출간한 책 <<TV를 없애야 하는 4가지 이유Four Arguments for the Elimination of Television>>에서 단순히 TV를 시청하는 행위 만으로도 최면 상태와 비슷한 정신 상태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태는 TV를 보는 어둑어둑한 환경과 오랜 시간 시선을 고정시키는 상황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근육의 긴장은 이완되고 심장박동수와 호흡은 느려진다. 이는 최면을 걸었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방송이 조성한, 실제 세상과 나란히 존재하지만 실제 세상과는 사뭇 다른 세상에서 일어난다. (281쪽) 


즉 TV를 볼 때는 우리는 비판적 사고는 정지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쇄매체를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TV의 영향력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지형을 형성하고 태도를 변화시키고 여론을 만들고 소비자의 선택을 조종하는 힘이다. TV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해서 사실상 천하무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265쪽) 


공중파 TV든, 종편 TV든, 이 방송채널들이 특정 단체를 옹호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미 정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종편 채널을 틀어놓고 보는 순간, 우리는 특정 정치적 의견에 편향된다. 아무리 비판적 의식으로 무장해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 보면, 그렇게 변한다. 종편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TV 뿐만 아니다. 커피숍에서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 공간 내의 색깔, 테이블, 의자 등 가구들의 배치 등은 신중하게 배치되고 운영된다. 그리고 그 전에 소비자들이 진짜 어떻게 여기는가를 소비자들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뇌, 표정, 행동을 통해서 감지한다. 예전처럼 종이 설문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로 소비자의 마음을 떠보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3.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장소와 시간에서 우리의 마음을 노출시킨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딘가에 모이고 쌓여서 분석되고 가공되어 우리 마음의 미래가 예측되고, 예측된 그 자리에 신기하게 어떤 사건, 어떤 물건, 어떤 서비스가 놓이거나, 반대로 어떤 사건, 어떤 물건, 어떤 서비스를 위해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감정이 예정되지 않았던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쉬지 않고 뇌과학의 연구 성과들과 기존 심리학자들의 연구들이 모아져 우리의 마음과 감정은 조작가능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전부가 아니라, 그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감정은 의식을 압도할 수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상 현 시점에서 보면 뇌의 연결구조는 감정 체계로 부터 인지체계로의 연결이 인지체계로부터 감정체계로의 연결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 George Loewenstein 교수 (211쪽) 



많은 브랜드들이 감성적 표현과 언어적 술수를 동원해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조작한다. 감성적 상태는 최면에 걸린 상태와 같다.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기억이 결정된다. 따라서 광고전문가들이 특정 브랜드와 실제의 사건을 엮어 특정한 감정을 유발시켜면 소비자들은 똑같은 감정이 들 때마다 그 브랜드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일종의 자기 암시autosuggestion다. - Dan Jones(최면술사) (224쪽)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은 갈수록 교묘해지며, 능수능란하게 소비자들의 호감을 끌어낸다. 분명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쉬운 일이 되어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적절한 도덕 의식이 없었다면 이는 정말 쉬운 일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대대적인 노력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무의식적 습관, 구매 결정과 사고처리 과정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소비자들의 잠재의식을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이들의 소구appeals는 은밀하게 숨어 있다. (9쪽) 



이 책은 단순한 뉴로 마케팅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번역서의 제목 - '뇌를 훔치는 사람들' - 이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내용들이 서술되고 있다.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한편으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으며, 동시에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는 이로서 이 책의 내용은 부분적으로 기업의 실무에 적용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거나 적절한 가이드를 제시해주고 있었다. 


어쩌면서 데이비드 루이스는 뉴로마케팅이 보다 논란이 되기를 바라는 지도 모른다. 뉴로마케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며,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제어되어, 도덕적으로 무리없게 실행되더라고 우리들 대부분은 쉽게 넘어가, 누군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소비하게 될 테니 말이다. 뉴로마케팅은 이제 시작이고 그 가치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듯 보인다. 


데이비드 루이스의 <<뇌를 훔치는 사람들>>은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뇌를 훔치는 사람들

데이비드 루이스저 | 홍지수역 | 청림출판 | 2014.07.1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데이비스 루이스의 웹사이트 : http://www.doctordavidlewis.com/  


영국에서는 2013년에 출판되었으며, 미국/캐나다에서는 올해 4월에 나왔다. 정말 신간인 셈이다. 



Link: http://amzn.com/1857886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