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리움, 2012.10-2013.2

지하련 2014. 10. 13. 12:48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2012.10.25 - 2013.2.8 

삼성미술관 Leeum 





황량한 현대 미술의 첨단에 카푸어가 불과 몇 명의 위대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우뚝 서 있음은 하나의 구원이다. 시각의 초월적인 기능, 아트의 건전한 엘레멘트의 구사, 풍요로운 표현방식, 긍정적인 미지의 암시 등으로, 그 환기력의 유효성을 정면에서 입증해주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 이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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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에서 출간된 아니쉬 카푸어 도록. 잘 만든 도록이다)



전시를 본 것은 일 여년 전이지만, 아니쉬 카푸어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책상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아니쉬 카푸어의 도록 탓도 있었지만, 전시 공간 안에서 보여주는 놀라움과 경이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듯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도록 - 아니쉬 카푸어는 리움(Leeum)에서 낸 도록을 직접 감수하며 사진하나하나 손수 골랐다고 전해들었다 - 을 펼치며 그의 작품에 대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호미 바바의 말대로, 내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작품을 제한하는 것이 될 것이다. 


카푸어의 작업은 기존에 되풀이 되어온 비평 방식으로 종종 다루어졌는데, 이는 그의 작업을 이미 만들어진 초월적 형이상학의 틀 속에 넣어버림으로써 독창성을 제한해 버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허, 암흑을 절개하는 거울, 아득한, 잊혀진 풍경처럼 수집된, 채색된 꿈의 오브제들, 카푸어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같은 특징들은 '동양적인' 성스러움이나 '서양적인' 숭고 같은 낡아빠진 어휘들에 너무 쉬이 흡수돼 버린다. 초월성에 치우친 담론은 개념미술에 문화적인 강령과 해석적인 코드를 교묘하게 부과한다. - 호미 바바 



이렇듯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들은 우리가 가진 언어적 세계 너머를 향한다. 그리고 작품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혹은 행복하게 강요당하는) 신비한 몰입은 현대 예술의 한 극점을 보여주었다.


카푸어의 고향, 인도를 제외하곤 아시아 최초의 개인전이었으며, 아마 그 규모의 개인전은 한국에서는 꽤 오래동안 힘들 것이다(아니면 없을 것이다). 아래 이미지들은 구글링을 통해 구한 작품 사진들이다. 레비아탄의 경우에는 리움에서 전시되지 않았으며, 2012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보여주었던 작품이다(이우환은 이 작품을 그랑팔레에서 보았던 놀라움을 도록에 실린 글에서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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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쉬 카푸어에 대한 상당수의 글들이 호미 바바가 지적한 대로의 비평적 방향을 그대로 수용하고, 나 또한 그렇게 해석하려고 했다. 도리어 호미 바바의 글 - 규정하기 어려운 오브제들: 아니쉬 카푸어의 분열적 예술(Elusive Objects: Anish Kapoor's Fissionary Art) - 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또한 포스트모던의 관점에서 기존 사고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 속에서 씌어졌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강박증이야 말로 기존 틀을 벗어나 혼란 속으로 들어가, 미래를, 새로운 공간을 여는 행위로 유도하는 촉매제다. 


아니쉬 카푸어와 호미 바바는 같은 인도 출신이며, 호미 바바는 아니쉬 카푸어에 대해 다수의 글을 썼다. 아니쉬 카푸어에 대한 글을 통해, 나는 이제서야 호미 바바를 읽었는데, 그의 책을 한 권 사서 읽어야겠다. 




Sky Mirror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Sky_Mirror




Yellow 

출처 http://openhousebcn.wordpress.com/2012/01/27/good-morning-yellow-anish-kapoor-openhouse-barcelona-art/ 




출처 http://www.omnilexica.com/







1000 Names 

출처 http://www.designyearbook.com/2010/06/1000-names-by-anish-kapoor.html




My Red Homeland 

출처 http://chincha.co.uk/2012/11/anish-kapoor-exhibition-review/ 




Leviathan

출처 http://videoinstallationperformanceliupost.wordpress.com/20-2/sung-bok/installation-sung-b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