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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城 

김화영(지음), 문학동네 






여행은 나의 삶이 남의 삶이나 공간을 만나는 감촉이며 공명(共鳴)이다. - 7쪽 




'예술기행'이라는 부제를 읽곤 프랑스의 여러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대부분 프랑스 문학 작품과 연관된 기행 산문집이다. 예술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미술이나 조각, 음악에 대한 다채로운 내용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대를 했다. 


김화영, 그는 1974년에 이미 카뮈 연구로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카뮈에 있어선 국내 최고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그는 어느 형편없는 출판사의 노이즈 마케팅에 휘말렸다. 그 때 나온 기사들이나 광고를 거의 읽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번역 문제는 늘 있어왔던 것이고 해석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불어를 한글로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김화영 교수의 번역에 대해 뭐라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는 있기에. 하지만 내가 그 기사들이나 광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예의 없고 버릇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성실한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며 한국 독자들에게 프랑스 문학을 소개해왔으며 카뮈 전집을 한국에서 읽을 수 있게 한 老교수에 대해 '엉터리 번역'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마케팅을 했고,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형편없음을 여러 기사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던 여러 일간지의 기자들마저도 앵무새처럼 '엉터리 번역'이라고 옮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절망적이었던 것은 이런 상황에 독자들은 자신들의 무지몽맹함을 뽐내며, '엉터리 번역'에 동조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실은 지금도 인터넷 서점 리뷰들을 보면 그 때 올라간 많은 리뷰들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새움출판사의 <<이방인>>은 영어 번역본을 한글로 번역했고 이를 프랑스어 원문과 대조했음이 드러났다. (관련 사항은 엔하위키 미러 - 이방인 항목 참조) 더구나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indifference님 블로그 참조) 하지만 그래서? 일은 이미 벌어졌고 새움출판사는 자랑스레 이 책을 팔았고 지금도 팔고 있다. 세상은 이렇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상처를 낸 사람은 잘 살아갈 것이다.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서두에 나오는 여러 성들의 모습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성만 남거나 그 성을 가지고 있던 귀족은 없고 그 후손도 없고 관리인만 남아있거나 ... ... 그런데 성마다 남모를 사연들이 있어서 하나하나 놓칠 수 없다. 아마 지금 프랑스에 가서 그 성들을 보는 것과 이 산문집에서 표현된 성들과는 벌써 거의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책은 젊은 불문학자의 글에서부터 노년에 이른 불문학자의 글이 한 곳에 담긴 것이다. 첫 장 '예술의 성'은 이미 1980년에 열화당을 통해 문고판으로 나온 바 있었지만, 책 후반부의 여행 산문들은 1990년대 이후의 흔적들이다. 


나에게 이 책은 여러 성들의 모습과 이야기가 좋았다. 서양미술사에서 언급되는 성들은 그리 많지 않고 조형적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작품 위주이지, 그 성에 담긴 사연 위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몇 명의 작가들, 특히 샤토브리앙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샤토브리앙에 대해선 포스팅했다.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거나 기행 산문집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우리가 요즘 흔히 접하는 그런 기행 산문집 - 글을 거의 없고 사진들로만 가득찬 - 이 아니다. 보기 좋은 사진들 대신 프랑스 소설가나 시인의, 기억하고 노트해 둘만한 글들이 인용된다. 그러니 이 책의 독자들은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이방인>> 번역을 언급한 것은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몇몇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사태가 바로 잡히긴 했지만, 우리가 아는 바 기자나 학자가 아니라 이름 없는 블로거가 실질적인 대응을 했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역자들이 있다. 이휘영, 김현, 민희식, 김화영, 이재룡 ... 그들의 노고를 잊지 말자.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8점
김화영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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