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푸른 곰팡이, 이문재

지하련 2016. 8. 15. 01:53



푸른 곰팡이 

-산책시 1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 이문제, <<산책시편>> 중에서  




이문재의 <<산책시편>>(민음사)가 있는데, 서가를 찾아보니 없다. 정리되지 않는 서가, 정리할 시간도 없는 서가, 이젠 책 읽을 시간과 여유마저 사라지고, 이 시도 읽었으나 이젠 기억나지 않아, 신문에서 읽은 다음, 출처를 찾아본 다음에서야 시집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문재를 읽던 시간도 이젠 드물어지고, 가을은 아직 저 멀리 있기만 하다. 끝나지 않을 것같은 여름밤, 책은 읽히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데, 어찌 꿈을 꿀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