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내 마음과, 내 처지와 다르게,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불고 대기는 상쾌했다. 아마 누구에겐 이런 날씨가 감미로운 휴식이 되겠지만, 누구에게는 감미로운 불안이 되었을테지. 그 불안 속에서도 다행히 한낮의 더위는 견딜만했고 아침과 저녁의 한기寒氣는 때때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마음 위에 앉아 아침 저녁으로 지친 손 두 개를 모으고 신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파스칼Pascal을 읽은 까닭에, '저 끝없는 우주의  영원한 침묵' 앞에서도 놀라지 않았다. 그 동안의 독서가 삶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사소한 위안이 될 것이라 여겨지 않았건만, 예상하지 못한 사이, 다행스러운 일 하나가 더 늘어났다. (이렇게 '다행多幸'이 쌓으면 내 삶도 복으로 가득차게 될 지 모른다)


나이가 들자 눈물이 많아지고 건강은 나빠졌다. 주량은 변함이 없으나, 술친구는 줄고 술 깨는 시간은 늘어났다. 여자친구들은 사라졌고 남자친구들은 만나기 어려워졌다. 때로 술에 취해 전화를 하려고 꺼내지만, 걸 곳이 없다. 그 시절, 그 계절, 그 바람 속에서 건조한 전화기 속에 잘도 숨어있었던 그/그녀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러나 정신없이 바쁜 탓에 쉽게 감상에 젖지 않는다, 못한다. 



8월의 어느 금요일 동네 근처 공원에 올라가 한강 북쪽을 향해 보았다. 남산타워가 저렇게 보이는 날도 일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인데, 그런 날 속에 있었다. 하지만 기쁘지도 슬프지도, 그저 무덤덤했다. 무감각해졌다. 애써 태연한 척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토요일 오후 약속이 있어 집 밖으로 나서는 길가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하늘 모습이 좋았다. 서쪽 하늘은 들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하늘 아래서 저렇게 노래 부를 일들만 생겼으면 하고 바랬다. 


 



Comment +0

보르헤스 씨의 정원

일러스트: 메테오 페리코니 보르헤스 씨의 정원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꼴레타 인근의 어느 집에는 이중의 특권을 가진 창문이 있다. 그 창문에서는 한 눈에 하늘이 들어오고, 이웃한.....

보이지 않는 용, 데이브 하키

보이지 않는 용 The Invisible Dragon: Essays on Beauty 데이브 하키(지음), 박대정(옮김), 마음산책, 2011년 몇 번 읽다가 만 책이다. 구.....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

보들레르의 수첩,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

메시Messy, 팀 하포드

메시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팀 하포드(지음), 윤영삼(옮김),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확실히 기존 통념을 깨뜨린다. Messy라는 제목 그대로, 무질서와 혼.....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이언 매큐언 Iwan McEwan(지음), 민은영(옮김), 한겨레출판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가 추천한 이언 매큐언.....

맑스주의와 형식, 프레드릭 제임슨

변증법적 문학이론의 전개 (개정판: 맑스주의와 형식, 원제: Marxism and Form) 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 (지음), 여홍상, 김영희(옮김),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일요일 오후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