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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GM 철수가 남의 일 같지 않다. 하긴 나이 들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일까. 


지금 고향인 창원(마산, 진해 포함)도 경기가 엉망인데, 그 곳의 경제를 지탱하던 한 축인 조선업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STX조선이 무너지자, 관계된 여러 기업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고, 월세나 전세집이 나가지 않으며,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심지어 어린이집들까지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의 생존은 기업 구성원을 너머 그 지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군산에서의 GM 철수는 GM군산공장에 다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주 중앙선데이에서 <한국GM사태로 본 '주식회사 대한민국' 구조조정>이라는 특별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이번 GM사태는, 실은 예상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대해 나도 깊이 공감한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GM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죽다 살아났다. 이 때 해외 공장은 후순위로 밀린 상태인 셈. 그리고 2014년에 취임한 CEO 메리 바라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돈이 안 되면 철수한다"라는 신념으로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하고 오펠은 팔았다.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공장을 닫았다. 그리고 GM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과거 한국 정부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부터 GM 철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두고 준비해야 되는 것이다(하지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를 말해서 뭐라고 할까. 그 정부 밑의 산업은행 또한!).


중앙선데이의 관점은 아래와 같다.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 구조조정에 익숙해진 금융 업체와 기업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만 쳐다보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 GM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금호타이어 등 수많은 기업이 이 같은 함정에 빠져 허둥댄다. 


BCG의 TURN(기업 구조조정 및 회생)부분 대표인 라스 파스테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톱다운(하향식)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을 인용해보자면, 


"경쟁력 개선보다는 금융에 초점을맞춘다. 어떻게 하면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거나 저금리 자금을 끌어다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부의 자금지원을 어떻게 받을 지 궁리만 하게 된다." 


현재 한국GM의 접근법이나 한국정부, 산업은행의 접근법도 톱다운이다. 그러나 투자 유치나 자금 조달에 대해서 관련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이다.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플랜이 없다. 재무적 문제는 자금을 투입해 해결할 수 있지만 전망 있는 사업 계획의 부재는 다르다. 나라면 투자하지 않는다." 


이에 라스 파스테는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상향식(Bottom-up)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산과 영업 현장을 샅샅이 뒤져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만들어 생존 가능한 길을 찾아내야 한다. 임금 구조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점에서 대우해양조선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서도 "공적 자금을 거제 지역 실업 대책이나 대안 산업 발전에 썼어야 한다"는 관련 전문가의 언급을 기사에서 인용하기도 한다. 


아마 다들 아래와 같은 관점이 담긴 기사들를 한 두번은 읽었을 것이다. 


한국 GM의 생산량은 가장 많았던 2011년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적자는 9000억원에 달했다. 내수 판매, 수출 모두 줄었지만 임금은 꾸준히 올랐다. 2013~2016년 성과급은 매년 1000만원씩 지급됐다. 이 기간 기본금은 해마다 2.7~5% 올랐다. 


여기에 대해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GM 사태는 '철밥통' 노동자 때문?>라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GM 사태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작은 기업들은 문을 닫고 있다. 임금 체불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게 된다. 


많은 부분 중앙선데이의 의견에 공감하는데, 무엇보다도 대기업 노조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직원 협의체가 있는 회사를 다니긴 했지만,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에서의 노조나 직원 협의체는 큰 힘이 없다. 특히 IT 기업에서는. 업계 자체가 워낙 이직이 자유롭고 프리랜서도 많기 때문에 노조 결성에 대한 필요성도 많이 느끼지 못한다. 실은 임금 체불을 하거나 퇴직금 미지급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관공서나 법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조가 개입될 여지가 적고 있다손 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공적 인프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지(정부나 유관 기관의 정책), 노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아마 IT 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즉 대기업 노조는 그냥 그들만의 세상이고 그들만의 리그다. 동시에 기업이 지역 사회나 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서 계속 정부의 정책 지원이나 공적 자금 투입은 한 번 고민해볼 문제다. 도리어 그 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을 그만두게 될 사람들의 재취업이나 인프라를 지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후자의 방식은 아직 준비되지도 않았고 준비하기도, 실행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앙선데이의 특집 기사들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나 산업 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하며,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다. 


마지막으로 BCG의 라스 파스테의 의견을 인용해본다. 원래 컨설팅 펌 사람들은 좋은 말만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기 위해선 귀기울여 들을 필요도 있다. (군터 뒤크라면 아니라고 말했을 테지만) 


-평소 '지속적인 강박 관념(Constant Paranoia)'을 강조했는데

"그렇다. 경영자는 언제든지 경제와 시장 상황이 바뀌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해야 한다. 요즘처럼 경쟁이 살인적인 상황에서는 상장 기업 세 곳 가운데 하나가 5년 안에 사라진다. 50년 전에는 20곳 가운데 하나가 망했다." 

-위기의 자동차 기업을 되살리기 위해 또 다른 조언은 무엇인가.

"난 디지털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경영자가 디지털을 구조조정의 일부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회사를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 리더들은 디지털 기술에 투자해 고객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고 상품과 서비스 질을 높이며 내부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상향식 분석을 해보니 뽀족한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존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발견되지 않으면 상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생존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원금에만 기대 살아야 하는 기업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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