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지하련 2018. 5. 7. 13:21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간다. 오늘의 커피를 시킨다. 기다린다. 5분. 3분. 2분. 1분. 커피를 받아들고 걷거나 앉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낯설다. 익숙한 풍경 속의 낯선 나.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낯설어진다. 익숙한 나는 저 멀리 있고 낯선 내가 나를 드리운 지도 몇 년이 흐른 걸까. 나는 익숙한 나를 숨기고 낯선 나로 포장한 지도, 무심히 보내는 오월 봄날처럼 둔해진 건가. 


요즘, 자주, 읽지 못할 책을 펼친다. 롤랑 바르트. 그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언제였을까. 오직 바르트만이 줄 수 있는 위안. 그건 언제였던가. 



누군가를 만나 바르트 이야기를 하고 바르트 이야기를 하며 커피를 마시고 바르트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신 적은 언제였던가. 바르트가 이야기한 사랑과 문학과 사진과 그 자신을 이야기했던 그 날은 언제였던가. 


어쩌면 내가 마지막으로 문학 이야기를 했던 술자리는 언제였던가. 


익숙하다고 여겼던 사물들, 주제들, 공간들, 사람들이 저 먼 바다로 나가고 내 마음의 해변에는 지금 무엇이 밀려들고 있는 것인가. 그 밀물 속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간다, 갔다, 오늘도, 오늘의 커피를 하나 받아들고, 사무실로 나와, 일을 한다, 혼자, 아, 끝나지 않는구나, 일은, 그러면서, 커피를 마시며, 어쩌다가 요즘, 자주, 스타벅스엘, 자주 가게 된 것인가, 잠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