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살라메아 시장,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지하련 2007. 2.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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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살라메아 시장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Pedro Calderon de la Barca(지음), 김선욱(옮김), 책세상


인생은 꿈, 삶은 한 편의 연극, 우리들은 태어날 때 각자 배역 하나를 맡고 죽을 때까지 성심성의껏 연기한 후 죽는다. 죽은 후 얼마나 잘 연기를 수행했는가에 따라 천당에 가기도 하고 지옥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맡은 바 배역을 제대로 연기해야만 할 것이다. 17세기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이 생각은 바로크 특유의 허무적 미학을 만든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은 이러한 허무적 미학을 종교적인 메시지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러한 연극을 ‘성찬신비극’이라고 한다. 이 연극 형식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성찬에 대한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는 죽기 전날 밤, 예루살렘에서 열두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갖는다. 이 때 그리스도는 빵을 주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바칠 내 몸이니라’라고 하며, 포도주를 주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린 피니라’, ‘너희는 이 예를 행함으로써 나를 기념하라’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성찬(聖餐, eucharistia)은 이 때의 빵과 포도주를 의미하며 초대교회에서는 이 명령에 따라 빵을 떼어 나누는 의식을 행하였으며, 그 후 이것이 미사성제라는 형태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의식은 빵과 포도주로 상징되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해 그리스도가 행한 속죄의식 속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성찬신비극은 성찬식의 의미를 연극으로 표현한 것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알려주고 그것을 경험하고 궁극적으로 속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도록 하는 종교극이다. 교회 안에서 행해지던 성찬신비극은 교회 밖으로 나오게 되며 대중적 취향의 서정성을 받아들인 극적 감동으로, 이성으로는 절대로 감지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신성한 신학의 문제를 무대로 옮긴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은 바로크 특유의 허무적 미학 위에 종교적 가르침을 덧씌워놓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몇 백 년이 지난 뒤, 발칙한 모더니스트인 내가 읽기에 매혹적인 부분은 종교적 가르침보다는 바로크 특유의 허무적 미학이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종교적 가르침은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작가가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살라메아 시장’은 코메디아(comedia)극이다. 이 극은 17세기 스페인에 유행했던 양식으로 희극과 비극의 경계가 사라진 장편연극들을 총칭하는 단어였다. 이 연극은 유럽의 근대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장면을 볼 수 있다. 국왕, 귀족 또는 군인, 시민으로 대변되는 세 계급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시민의 명예와 정의가 승리하게 된다는 근대적 가치관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세상이라는거대한연극살라메아시장

페드로칼데론데라바르카저 | 김선욱역 | 책세상 | 2004.08.3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