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사

바로크 정물화

지하련 2006. 8.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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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담긴 접시꽃들과 다른 꽃들(Hollyhocks and Other Flowers in a Vase), 1710
Oil on canvas, 62*62cm
National Gallery, London





Jan van Huysum의 작품이다. 18세기 초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했던 이 화가는 17세기부터 본격화된 정물화(Still-Life)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대체로 정물화는 Vanitas(생의 허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시계, 불이 꺼진 양초, 시들어가는 꽃, 해골 등을 그림 속에 담아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18세기 이후로 갈수록 진기하고 보기 드물며 값비싸고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변해간다.

생의 허무에 대한 공포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고 그 사이를 생의 아름다움, 그것이 비록 찰라이거나 꿈일 지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초기의 정물화가 교훈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라면 세월이 흘러갈수록 이러한 성격이 퇴색되고 그저 진기하고 아름다운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18세기 로코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어떤 감수성은 아닐까. 꼭 현대인들이 시계를 보며,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대신 시계의 디자인이나 장식에 더 몰두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