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딕테, 차학경

지하련 2006. 10. 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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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DICTEE
차학경(지음), 김경년(옮김), 어문각.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
1951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1961년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했으며, 1964년에 샌프란시스코로, 1980년에는 뉴욕으로 이주했다. 버클리 대학에서 비교문학과 미술학사, 석사를 획득했으며, 짧은 생애 동안 제작자, 감독, 연기자, 비디오 영화작가, 공간 설치 예술가, 공연과 출판 문학가로서 많은 작품활동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1981년 영화에 관한 논문 및 수필을 모은 Apparatus를 편집, 출판 했으며, 1982년 11월 뉴욕에서 31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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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이 소설은 정치적 환경 속에서의 여성 목소리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리오 역사, 칼리오페 서사시, 우라니아 천문학, 멜포메네 비극, 에라토 연애시, 탈리아 희극, 텔프시코레 합창무용, 폴림니아 성시 등으로 나누어지는 소설은 각기 다른 등장인물, 다른 어법, 다른 구성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의 기법은 실험적이지만 자주 삶이나 세상에 대한 부족한 통찰력을 형식적인 면으로 가리기 위한 젊은 소설가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읽기 어려우며 읽고 난 뒤 삶이나 세상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는 가을 아침, 시선을 가리는 짙은 안개처럼 파괴적 언어와 구성 속으로 소설에 나왔던 모든 것들을 가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차학경의 이 소설은 그 소재나 주제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가진다. 그것은 제 3세계 여성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며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가졌지만, 늘 상처 입을 수밖에 없는 여성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 점에서 이 소설은 포스트식민주의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그리고 그 현대적 기법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다 읽고 난 뒤의 내 솔직한 느낌은 순수하지만, 매우 거친 소설, 그래서 이십 대 중반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꽤 흥분하며 읽었을 것이지만,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이 소설은 보여지고 읽혀지는 어떤 세계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담았다기보다는 보여지고 읽혀진 어떤 세계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아니 소화시키기에는 너무 슬픈 어떤 것이기에 그것을 우회적으로 양식화해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딕테 - 6점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어문각
 

 
  Dictee by Theresa Hak Kyung Cha
 

* 아마존의 평점은 (의외로, 혹은 예상대로) 높다. 어쩌면 번역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아마존 Wish list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