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하련 2002. 1. 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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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문학과 지성사



나는, 내가 읽으면서 몽상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려고 한다.
나는 몽테뉴, 루소, 바타유가 시도했던 것에 완전히 감탄했다. 그들은 사유, 삶, 허구, 지식을, 마치 그것들이 하나의 몸인 듯 뒤섞었다.
한 손의 다섯 손가락들이 무엇인가를 붙잡고 있다.
- 제 32장, 292쪽.


소설 1 : 이제 소설은 몽상과 개인의 독백만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소설에 있어 Reality란 실제의 세계(real world)를 반영할 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있어 진실한 것, 하나의 고백(confession)일 경우에 Reality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인과란 무시해야하는 것이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우리들의 영혼을 위해 달콤하고 지적인 사랑의 단어들은 전통적인 소설이 가져다주지 못한 그 무엇을 가져다준다.

포스트모던적 인생 : 앤디 워홀의 욕망. 이미지들로 자신을 채우기. 현대의 적극적이고 대중적인 예술가들의 전략. 끊임없는 자기 노출과 대담한 행위와 인터뷰. 대중의 욕망 위로 겹쳐진 예술가의 모습. 그 뒤로 사라져버리는 실제 예술가. 하지만 포스트모던적 인생이 격하기 그지없는 허무한 날개짓이라면, 은밀한 생은 ... ...

은밀한 생 1 : 아름다운 대중 혐오증.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믿는 현대의 어떤 병에 대한 작은 치료법.

은밀한 생 2 : 사랑에 대한 독백.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 사랑했던 자들에 대한 회상. 사랑에 대한 독서. 사랑에 대한 낙서. 하지만 사랑은 책 속에만 있고, 사랑은 독서에만 있고, 사랑은 몽상 속에만 있고, ... 사랑은 ... ...

소설 2 : 뛰어난 작가들이 숨어사는 작은 성.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고 그 성의 모습도 바뀌는 법. 이제 시간도 공간도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한 채, 오직 우리 영혼 속에서만 가치있는 것... ... 추상의 세계, 몽상의 세계 속으로 여행. 그 여행의 이름. 은밀한 생. 또다른 이름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