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르네 마그리트 전

지하련 2007. 1. 1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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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e' Magritte, Empire of Dreams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전
2006.12.20 ~ 2007.4.1
서울시립미술관

대화는 계속 단절되었다. 그는 어떤 수법, 어떤 사고와 논리, 바꿔치기, 말과 그림 사이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사랑의 아픔, 인생의 공허와 쓸쓸함, 쫓기는 듯한 일상에의 두려움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철부지 소년처럼 우리의 시선을 낯설게 하는 어떤 기법, 끊임없이 신기함을 환기시키는 어떤 그림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것들만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철부지 같은 태도에 실망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미술애호가들과 비평가들이 두 손을 들고 떠받치는, 현대미술계의 대단한 거장이, 동양의 작은 나라 수도에서의 전시에서 어떤 관객과의 대화에서 실망만 안게 되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결국은 화를 낼 법한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부연)
이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그리트는 마음의 상처를 깊이 입은 현대인들에게 어떤 정서적 환기나 정신적 감동을 선사하지 못한다. 대신 지금 막 철학이나 비평에 입문한 이들에게는 열광적인 찬사를 받을 수 있다. 우리에게 아무런 감동도 안겨주지 못한 마그리트는, 이론가들, 비평가들에게는 그들의 이론적, 논리적 접근법을 제안할 수 있는 탁월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그리트의 작품에 대해 설명이나 강의를 듣게 되면 그의 작품이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 이상 확대되지 못한다. 대체로 우리의 삶은 이론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그래서 우리에게 그 어떤 정신적 감동도 선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리어 슬퍼진다. 마그리트는 전형적인 반-현실주의자, 반-인간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