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에밀 시오랑

지하련 2002. 8. 14. 23:07

"모든 것이 근거와 본질을 결하고 있다"라는 말을 되뇌일 때마다 나는 행복감 비슷한 그 무엇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곤라한 건 내가 그 말을 되뇌이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초탈과 해탈을 향한 진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재앙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결점을 필요로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 결점을 이겨낼 때 그는 끝장이다. 그러므로 그는 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된다면 그것을 지독히 후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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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의 잘못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옮긴다. 이 사람... 평생 독신으로 파리 구석 다락방에서 모국어를 버리고 불어로 글을 썼다는... ... 국내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프랑스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20세기에 불어로 글을 가장 잘 쓴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 사람이 5위를 했다.(당연히 1위는 베르그송이었다)

이 책은 자신이 태어난 것 자체부터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쓴 책이다. 뭐, 보나마나 끔찍한 내용들만 실려있다.

첫번째 문장은 근거와 본질을 회의하는 현대의 여러 사조들과 비슷하고 두번째 문장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결핍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대한 익히 알고 있는 것을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그런데 왜 옮겼냐구? 그냥 기억해두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