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여름 이야기

지하련 1998. 8. 1. 23:51


        검은 레코드판 위에 핀 푸른 곰팡이들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덥고, 짜증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날씨 말이다. 안개에  휩싸인 도
     시의 풍경이 꼭 폭격으로 인해 뿌연 연기로 뒤덮인  것같았다.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저주스런 생활을 견디게 하는  그 힘
     말이다. 혹시 그건 죽음이 아닐까? 사랑이나 희망 같은 눈부시고 아름
     답다고 칭송되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축축하며 무거운 죽음이 우리의
     삶을 지탱시키는 건 아닐까?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는 건,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행복하게 만
     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지만, 정작 우리들 중  '정말로 행복하다'
     고 느끼는 이는 극히 드물다는  데에 있다. 너무 변덕이  심해서 그런
     것일까?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난 다음 의심할 수 없는 그것을 자
     신의 사고라고 생각했다지만, 사고라는 것도 미치기 전이거나, 사고가
     추악한 세계의 교육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난 다
     음엔 의심할 수 없어도 의심해야만 하는 것을.
       
                        *                       *
       
        공부를 해서 돈을 벌겠다든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취직에 목을 맨다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지 하는 따위의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중고등학교때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라든가, "돈이 이 세상의 전부다"라는 실제 세상의  논리를 가르
     쳐준 교사는 한 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의
     대부분은 '살기 좋은 우리나라' 이데올로기이든가, 아니면 그래도 '살
     아볼 만한 세상'이라는 소시민적 발언들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렇
     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이 세상은 엿같이 변했을  지도 모른
     다. 그리고 내가 돈이 되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견딜 수 있는
     것도 그들의 가르침(?)이었는  지도 모른다(*  난 전적으로  부정하지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