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바리사이 여인, 프랑스와 모리악

지하련 2000. 2. 8. 00:15

 프랑스와 모리악, 『바리사이 여인』, 안응렬 옮김, 삼성출판사, 1988.


우리는 우리의 불같은 정념이 우리의 삶에 어떤 고통을 안길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음 같은 이성도 우리의 삶에 그러할 것임을 안다. 그러니 우리의 삶 전체는 어떤 고통의 그림자로 덮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림자를 깨닫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우리의 믿음이 유한한 인간의 어리석음에 기초하고 있고 우리의 사랑이 자신의 씨를 퍼뜨리기 위한 본능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 불행인가.

타인을 알기 힘든 만큼, 아니 그것보다 자신을 알기란 더 힘든 것이다. 자신의 믿음은 더욱더. 인생의 황혼이 어떤 고독과 고요함 속에 묻히는 이유는 자신의 거짓을 하나하나 깨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리지뜨의 강철같은 믿음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생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는가.

우리의 눈과 입이 어떤 미망(迷妄)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죄악마저도 품에 안고 길을 가야만 한다. 악만이 악을 낳는다고 여기지만 우리의 선한 사랑도, 선한 믿음도 죄악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