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혼자 맥주 마시기

지하련 2002. 11. 7. 21:19
아는 분께서 자신은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자아이고 하나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자아를 쳐다보면서 조소하는 자아.

나도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빛깔을 잃어버렸고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가 빠진 이 나락 속에서 날 꺼집어낼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

어제 퇴근 길에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 '왜 살아가는 걸까'만 생각했다. 너무 심각해져서 혼자 KFC에 들어가 징거버거, 치킨 샐러드를 먹었다. 얼마 전 끔찍하게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지 않고 밥을 먹었는데, 그 때 술에 대한 욕구는 허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난 왜 살아가는 걸까. 무엇 때문에. 난 모든 것이 가치없고 허망하며 고작 우연의 늪 속에서 허우적댈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혼자 맥주를 마셨다. 썩 기쁘지 않았고, 차가운 맥주가 내 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