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대머리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

지하련 2007. 5. 6. 11:00




대머리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지금), 오세곤(옮김), 민음사
(* 대머리여가수 외에 수업, 의자가 수록되어있음)



외젠 이오네스코는 ‘의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The subject of the play is not message, nor the failures of life nor the moral disaster of the two old people, but the chairs themselves; that is to say, the absence of people, the absence of the emperor, the absence of God, the absence of matter, the unreality of the world, metaphysical emptiness. The theme of the play is nothingness... the invisible elements must be more and more clearly present more and more real (to give unreality to reality one must give reality to the unreal), until the point is reached inadmissible, unacceptable to the reasoning mind-when the unreal elements speak and move... and nothingness ca be heard, is made concrete.


하지만 실제 연극을 보게 되면, 민감한 몇몇 관객들은 끔찍한 기분에 휩싸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의자들만 놓인 무대. 노부부가 기다린 연사는 벙어리.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그저 처음부터 잘못된 설정이었으며 노부부는 속은 채 자살한다는, 꽤나 황당한(부조리한) 결말.


‘대머리여가수’, ‘수업’, ‘의자’는 부조리한 우리 삶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를 비참하고 끔찍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연극을 본다면 꽤 시니컬한 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의 언어, 우리의 지식과 경험은 우리의 현재를, 미래를 열어 보이지 못한다는 점, 도리어 언어, 지식, 경험은 우리를 더욱 부조리한 상황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머리여가수’와 ‘수업’은 극의 시작과 끝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의자’에서는 부조리한 상황을 끝내는 건 ‘자살’이다. 어떤 해결책도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갈 데까지 간 현대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외젠 이오네스코는 이런 연극을 생각해 내었을까? 정말로 그의 인생은 부조리했을까? 왜 이 무렵 많은 수의 작가들이 생의 부조리함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그런데 과연 우리 인생은 부조리한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받아들일 용기가, 받아들이고도 계속 삶을 지탱시킬 인내가 우리에겐 있는 것일까. 우리 인생이, 이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쉽게 부조리하다고 말하고, 쉽게 부조리연극이라고 말하고, 신도, 의미도, 목적도 없어졌다고 말하면서,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부조리한 삶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왜 우리는 이 부조리한 세상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게 되는 것일까.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부조리 연극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을 주는가. 지금 바로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정말로 삶이, 이 세상이 부조리한지. 


대머리 여가수 -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저 | 오세곤역 | 민음사 | 2003.03.1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