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정승우

지하련 2007. 6. 3. 20:08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정승우(지음), 책세상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교회가 바람직한 신앙을 추구할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탓에 몇 번 나가다가 그만 두었다. 이러한 결정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기독교 교회가 보여주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은 도리어 나로 하여금 무신앙으로 이끈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가끔, 매우 드문 경험이긴 하지만, 나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소수의 현대 기독교인들이 가지는 배타성, 편협함, 그리고 맹목적인 전투성 때문이다. 신앙이 사라진 이 시대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신중함과 관용, 사려 깊음을 가진다는 얼마나 좋을까. 아래의 인용문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지적이 될 수 있겠다.


사실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지니고 있는 예수에 관한 이해는 고백의 차원을 넘어서지 않는다. 즉 ‘예수가 누구였는가who was Jesus’라는 역사적 물음을 생략한 채, ‘지금 나에게 예수는 누구인가who is Jesus to me’라는 실존적 고백에 기초하고 있다.
- 11쪽
히틀러에 항거했던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신앙적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값싼 은혜’를 비판했다. ‘십자가를 메고 나를 따르라’는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실천을 죽을 때까지 따르고자 하는 행동이 동반되지 않은 신앙은 값싼 믿음에 불과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이는 당시 히틀러 정권에 순응과 침묵으로 일관했던 독일의 교회를 향한 간접적 비난이기도 했다. 한국 교회에 만연한, 예수의 보혈로 구원받고 천국 간다는 개인주의적인 신앙 형태야말로, 바로 본회퍼가 가장 경계한 값싼 은혜의 전영이라고 할 수 있다.
- 12쪽



이 책은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책이 아니다.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기 위해, 신앙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객관적 관점에서 예수의 생애에 대한 여러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으고 있으며,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짧은 개론서에 가깝다.  이 책에 나온 어떤 해석에서는 ‘예수’는 후대의 사람들이 조작한 상상 속의 인물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신약성서의 5대 복음서에 나온 예수의 말씀들 중, 진짜로 예수가 말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전체 중 18%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해석들은 경건한 신앙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는 근대의 산물이다. 18세기 말에서 시작된 역사적 예수에 대한 문제제기는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다양한 견해들 - 종말론에 경도된 유대 예언자, 로마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이스라엘의 회복 운동을 벌인 인물 등 - 속에서, 나는 예수에 대한 관심보다는 예수를 신적 존재로 만들어 숭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태도가 궁금해졌다.


그 당시의 역사적인 환경(context) 속에서 종교나 신앙 태도도 변하기 마련이다. 즉 예수가 살았던 그 시대의 가르침과 종교적 의식이나 태도는 현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렇게 볼 때 기원후 1세기의 그리스도교와 현대의 구교나 신교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종교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옛날의 예수와 현대의 예수가 전혀 다른 존재이듯이 말이다.



결국 종교란 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의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인 셈이다. 그런데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맹목적인 신념이나 배타성은 어디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기독교에서는 더 심한 듯 보이는데.



예수가 역사이든 신화이든, 이미 믿고자 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또한 역사 사료나 객관적 근거를 통해 예수가 어떤 인물이었던가를 따져 묻는다고 하더라도 신앙과는 무관한 것이다. 우리가 초월적 존재를 향해 끊임없는 경배를 해온 것은 신석기 시대 이후부터 계속된 일이며, 우리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어떤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신앙심이 야기하는 문제들은 종종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그 점에서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나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신앙이 사려 깊고 신중해지며, 타인에 대해, 타 종교에 대한 배려심이 늘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정승우 지음/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