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지하련 2007. 6. 19. 17:25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알리사아 후라도 공저, 김홍근 편역, 여시아문, 1998년




어렸을 때 곧잘 절에 가곤 했다. 할머니 손을 붙잡고, 어머니 손을 붙잡고. 때론 산 중턱에 있는 절 옆 계곡에서 놀기도 했다. 스님을 만나기도 했으며 부처의 일생을 보여주는 TV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었다.

짧게 불교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보르헤스가 알려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보르헤스가 누구였던가. 그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제 3세계 소설가이면서 포스트모던 픽션의 대가이다. 그리고 지난 90년대 초반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이 지나갈 때, 보르헤스도 그 열풍의 한복판에 서서 많은 독자들을 즐겁게 주었던 소설가였다. 예전만큼 보르헤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불교에 대해서 짧게, 짧게 소개하고 있다. 불교가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 보르헤스가 전해주는 불교는, 일면으로는 단편적이고 깊이가 없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구의 시각에서, 서구 지식인들의 생각을 섞어가면서 불교의 역사나 사상을 소개하는 이 책은 서구적 삶의 양식이 퍼져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대한 불교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으로 손색없는 책이기도 하다(하지만 불교에 대한 깊은 내용을 기대하지 말기를. 말그대로 이 책은 불교를 모르는 서구인들을 위한 입문적 성격이 강하다).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여시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