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레베카 호른 Rebecca Horn 展

지하련 2007. 6. 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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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호른 Rebecca Horn 展
로댕갤러리   2007. 5. 18 - 8. 19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모르는 ‘시간의 배’에 승선해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깨달은 것은 몇 세기가 채 되지 않는다. 사상의 영역에서 시간과 운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진리는 시간을 떠나 영원성에 속해 있는 것이며 변하지(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 세계 속에서 플라톤은 한시도 이데아에서 눈을 떼지 않았으며 고대를 지나 중세는 전지전능한 신을 내세웠고 이는 근대 초까지 계속 되었다.

시간과 운동은 하나의 짝이다. 이 둘은 사상의 영역에서처럼, 예술의 영역에서도 같이 등장하며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주제를 담당한다. 레베카 호른의 작업들은 시간과 운동 속에서 이루어진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 없다. 모두 전동 모터를 가슴에 품고 있다. 심지어 페인팅까지도 어떤 운동의 정지된 한 단면을 포착하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탐구가 필름에까지 옮겨간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녀의 작업들은 전동모터에 기댄 깃털, 조가비, 물, 물감, 철사 등이 어떻게 시적 서정성을 소유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 예술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감수성의 한 예를 증명하고 있다.

확실히 보기 힘든 전시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 예술이 어느 단계까지 진화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이다. 또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예술이 보여주는 시적 서정성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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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 6월호에 실린 레베카 호른 전에 대한 진휘연 교수(sadi)의 리뷰 글에서 옮긴다.

미술사적 견지에서 본다면 호른은 1970년대 초, 신체아트, 퍼포먼스, 영화라는 새로운 태도와 매체를 통합한 작가로 평가될 수 있고, 실제 시간과 실제 공간 안에서 작품 형성과 수용과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개념미술의 계보에 속하는 작가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구절 하나 더.

작가는 일찍이 파이버글래스(유리섬유)와 폴리에스터를 다루면서 폐에 심각한 질환을 얻게 된다. '아무도 내게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라는 원망 섞인 회고와 함께, 그런 유독성 소배를 다루던 여성 작가들이 모두 암을 얻게 되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