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거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장 도르메송

지하련 2007. 6. 24. 19:46

 

거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Presque Rien Sur Presque Tout)
장 도르메송Jean D'Ormesson 지음, 유정희 옮김, 문학세계사, 1997

 

 


Story는 시간 위에서 인과적 관계를 이루며 진행된다. 드라마가, 영화가, 그리고 위대한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소설’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에선 Story가 사라진 독백으로 가득하다. 소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것일까.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렇다면 뭘까. 내가 보기엔 좀 있어 보이는 문장들로 구성된, 난해한 수필집이라고 하는 편이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정의내리기에 가깝다. 그런데 수필집으로 정의내리더라도 이 책은 독서의 재미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불어 원문으로 읽는다면, 분명 현란한 언어 구사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되지만, 이와 유사한 형식의 책인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의 번역본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재미마저 없다는 점이 이 책의 완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혹시 난해한 수필집, 아니면 정말 기상천외한 소설 형식(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숨겨진 보물일 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
장 도르메송/문학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