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달려라, 아비, 김애란 소설집

지하련 2007. 7. 2. 14:44


달려라, 아비
김애란 소설집, 창비


쉽게 읽히는 문장, 가끔 보이는 재치 있고 재미있는 표현, 하지만 그 정도? 나라도 혹평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 젊은 소설가에 대한 평가는 찬사와 열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김애란의 소설들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은 무덤덤한 관찰의 시선이다. 무덤덤하게, 나(주인공)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식으로, 적극적 행위의 주체로 나서지도 않고, 극적인 심리적 갈등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정치경제학적 환경마저도 벗어나, 이 세상, 이 사회에 대한 아무런 불만도 표출하지 않은 채, 그저 특정한 위치에 서서 바라보기만을 계속할 뿐이다. 심지어는 추억도 없다. 미래도 없다. 과거가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상상이거나 공상, 또는 지어낸 이야기로 둔갑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꿈도, 희망도 없다(세상에, 이렇게 슬픈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이 세상(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뿐이다. 조각난 세계를 바라보는 것.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꾸미고 변화를 주는 것. 하지만 세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 그래서 김애란의 소설 속에서의 자아란 사랑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고, 끔찍한 절망에 휩싸여 있거나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만 본다.

그런데 왜 독자들과 비평가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잘 만들어진 소설이며, 심각한 주제나 소재가 등장하지도 않고 어떤 인물, 어떤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을 부각할 생각도, 그런 시도도 하지 않은 채, 표피적인 상황들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깔끔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을 독자들은 좋아하겠지만, 비평가들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뛰어난 소설가가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듯이, 비평가들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적어도 김애란의 소설 세계가 가진 문제점을 드러내며 현대 사회가 가진 병리적 현상을 통찰력 있게 드러낼만한 이가 없다는 점은 현 한국 문단이 가진 비극적 단면이다.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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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읽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든, 한 번쯤 읽기를 권할 만한 한국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열광적인 찬사로 도배될 만한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며, 도리어 이 소설이 가진 한계를 면밀하게 분석해 이러한 태도를 가진 현대 문학을 극복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