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금요일 오전

지하련 2007. 7. 20. 10:00

창을 연다. 방충망이 없는 쪽으로 여니, 가느다란 빗줄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바람이 밀려온다. 금세 비는 그치고 얇은 구름 뒤 태양의 흔적이 책상 위로 와 닿는다. 여름 감기에 걸렸는데, 그간 피곤했었나 보다. 거의 12시간을 잤다. 오디오에 시디 한 장을 집어넣고 금요일 오전의 고요를 즐기려고 하지만, 내 일상은 그리 즐겁지 못하다. 소주를 마시곤 휴대폰을 잃어버린 탓에 연락처를 다 상실했으니, 연락할 곳도 그리 많지 않다. 자주 배는 아프고 술만 마시면 취해 인사불성이 되고 순수한 언어는 내 영혼을 빗겨 저 흐린 하늘 위로 달아나버린다. 암울하다면 암울하다고나 할까. 슬프다면 슬프다고나 할까. 아무렇지 않다면 아무렇지 않다고나 할까.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런데 시간은 아직 딸을 낳지 않은 모양이고 진리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의 연속일 뿐.